[기고] 우리나라의 현실과 새만금 사업..오왕근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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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장마·태풍이 올 때마다 일부 도시와 들이 물바다로 변하는 것을 경험한다.
공기의 정화공장이며 물의 저장고인 산지는 방치되고,평지와 구릉지는 헐려서 아파트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지하수가 스며들어야 할 땅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이니 이 땅의 생물은 갈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산업·생활폐기물,축산폐수 등이 땅을 오염시키고 가까운 바다를 썩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삶의 터전과 마실 물을 만드는 땅 만들기와 물 살리기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회색빛 진흙탕 갯벌을 거닐며 파도소리나 즐기는 낭만에만 도취돼서야 되겠는가.
지하수의 저장기능마저 상실해 가고 있는 척박하고 좁은 이 땅에 5천만에 가까운 인구가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백83mm로 세계평균의 1.3배나 되지만 많은 인구로 1인당 강수량을 따져보면 세계평균의 12%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토면적도 1인당 6백평에 불과하다.
그 중 65%인 산지를 빼면 우리의 활동공간은 2백평이 겨우 넘는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자연조건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의 발달로 인구가 도시로 모여들어 오염의 집중화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세대와 후손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은,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을 한 평이라도 더 늘리고 오염을 최소화해 식물의 자연보전력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새만금 사업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땅을 넓히는 일이다.
국민 모두가 환영하고 적극 협조해 추진해야 할 일이 아닌가.
우리나라 근해에서는 적조로 양식어장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내륙에서 정화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오수·오물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썩은 시화호를 두고,사람들은 시화호 자체에 그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
만약 시화호가 없었다면 대신 경기만이 썩었을 것이다.
새만금호 역시 내륙에서 생기는 오염물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썩을 수밖에 없고,만약 새만금 담수호를 중단한다면 전라만이 썩을 것이다.
다만 바다는 넓고 물의 양이 많아서 썩는 속도가 완만할 뿐이다.
시작이 반이다.
오염발생과 동시에 처리하면 문제될 일이 없다.
폐기물 속의 중금속과 화공약품을 제거하고 비료성분을 분해,회수하는 작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귀찮고 지저분하며 돈이 들 뿐이다.
새만금은 비좁은 국토,민족의 삶터를 확장하는 중단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오만일까.
< 흙살리기 시민연대 고문 toam26@emp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