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갑작스러운 원유감산 결정으로 급등하던 국제유가가 내림세로 반전됐다. 지난 주말 국제유가는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서부텍사스중질유(WTI) 등 유종별로 15센트(0.5%) 안팎 떨어졌다. OPEC이 사실상 '추가 감산불가 방침'을 밝힌 데다,감산결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유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감산은 없다=압둘라 하마드 알아티야 OPEC 의장은 지난 26일 "러시아와 멕시코 등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아랍 경제포럼'참석차 미국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그는 기자들에게 "OPEC은 유가인상이 아니라,유가안정을 위해 감산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석유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11월부터 하루 90만배럴(3.5%)을 감산키로 결정한 OPEC이 사실상 추가 감산 포기를 공표한 것으로 풀이했다. OPEC 바스켓 유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이상의 안정권에 있는 상황에서 비OPEC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참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이에 따라 OPEC은 비OPEC 국가들에게 시장점유율만 빼앗기는 감산조치를 더 이상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이체방크의 1차상품 연구소장 마이클 루이스는 "OPEC 감산의 최대 수혜자는 비OPEC 산유국들"이라며 러시아나 멕시코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는 한,당분간 OPEC의 추가 감산조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락세로 돌아선 국제유가=OPEC 의장의 사실상 '추가 감산불가'발언으로 상승세가 꺾였던 유가는 'OPEC의 실제 감산량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오자 3일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11월물)가 26일 전날의 배럴당 26.67달러에서 26.51달러로 16센트 떨어지고,WTI 11월 인도분도 13센트 내린 배럴당 28.16달러로 마감됐다. 로이터통신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현재 OPEC의 치팅(Cheating·쿼터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것) 물량이 하루 평균 60만배럴"이라고 지적하면서 감산결정에 상관없이 일부 회원국들의 치팅행위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1월부터 OPEC의 전체 생산쿼터가 하루 2천5백40만배럴에서 2천4백50만배럴로 축소되지만,실제 감산 규모는 수십만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OPEC의 감산결정이 세계 경제에 주는 충격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