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한국에 아시아지역본부를 두기로 했다. 론스타코리아는 28일 홍보대행사인 메리트·버슨마스텔러를 통해 배포한 보도 자료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의 투자 결정과 인력 관리, 정보기술 관리, 회계ㆍ재무분야 관리를 한국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론스타코리아의 한국 내 아시아지역본부 설치 결정은 한국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추진 전략과 맞물린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론스타코리아는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요청과 여러가지 운영상의 이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에 10조원 이상 투입 론스타는 한국이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빠진 이후 외국자본 중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98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5천6백여억원의 부실자산을 매입해 짭짤한 수익을 냈고 99년에는 조흥ㆍ평화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도 대거 매입했다. 론스타는 또 동양증권 여의도 사옥, SKC 여의도 사옥, 현대산업개발 I타워, 명동 청방빌딩을 매입하는 등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었고 올들어서는 극동건설과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것이다. 론스타가 한국에 아시아지역본부를 두기로 결정한 것은 이 회사가 최근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한국을 '전략 요충지'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 "한국 내 활동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 론스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외환은행 투자를 계기로 한국 내 활동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론스타의 속성상 한국에 투자를 더 늘릴 경우 우선적으로 대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부실 투신사가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론스타는 외환은행뿐만 아니라 대투 한투 등 부실투신사 처리방식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다른 매각 금융회사 물건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지난달 말 외환은행 지분매각 계약식에서 론스타에 아시아지역본부 유치를 요청한 뒤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됐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론스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외환은행 투자와 관련해) 한국정부와 진행해온 협의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했으며 한국정부의 효율적인 정책 결정에 힘입어 모든 절차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한국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 "중국 투자결정도 한국사무소에서" 론스타가 서울에 아시아지역본부를 설치하더라도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국의 주요한 투자펀드가 한국에 아시아 금융거점을 두기로 했다는 상징성이 큰 데다 중국 및 동남아지역 투자가 한국사무소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