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01K식 기업연금(확정기여형)이 내년 7월 도입되면 국내 금융시장과 증시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은행예금과 보험상품에 치우쳤던 개인의 금융자산에서 주식투자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확정금리형 상품에서 실적배당형 투자상품으로 자산관리의 무게중심이 옮겨감에 따라 은행 보험 증권 투신 등 각 금융권역별 제휴나 인수ㆍ합병(M&A)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장기호황의 견인차 미국의 401K(확정기여형 기업연금)는 1990년대 미국증시의 10년 호황을 견인한 주역으로 지목된다. 401K를 통해 탄탄한 증시 수요기반이 마련됐고 정보기술(IT) 중심의 '신경제(New Economy)'로 이어지면서 '주가상승->개인의 재산증식 및 노후보장->부(富)의 효과를 통한 주식투자 확대->주가 재상승'이라는 선순환사이클을 이뤄낸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사실상 장기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국내 수요기반이 없어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에 휘둘리는 경향이 강했다"며 "401K식 기업연금이 도입되면 이같은 문제점이 개선되고 투신산업과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진출 가속 미국 401K 방식의 기업연금 도입으로 주식수요 기반이 획기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를 노린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업연금의 운용 노하우(know-how)를 갖고 있는 피델리티나 푸르덴셜 등이 한국 정부에 줄기차게 조속한 기업연금제 도입을 건의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측은 "한국의 연금제도는 급격한 인구 노령화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401K와 유사한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과는 미지수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를 낙관만 하기는 힘들다. 일본도 지난 2001년 10월부터 미국의 401K와 같은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을 도입했지만 아직 이를 채택한 회사는 많지 않다. 또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의 운용도 대부분 은행예금, 채권형 펀드에 집중돼 있다. 주식투자는 전체 자산의 1~2%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401K식의 기업연금은 근로자에게 운용수익과 손실위험 등을 전가시키기 때문에 증시 침체기와 맞물릴 경우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실제 미국에서도 올 초까지 3년 줄곧 미국증시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401K 가입자들의 연금자산이 같은 기간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401K식 기업연금이 도입되더라도 국내 투자자의 보수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90년대 미국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