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나 애인과 쇼핑할 때 72분을 넘기지 말라'는 쇼핑지침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쇼핑심리학을 연구하는 영국 에식스대 팀 데니슨 박사팀이 2천여명을 대상으로 알아봤더니 여자는 평균 1백분정도 쇼핑하고 싶어하는 반면 남자는 72분이 지나면 인내심을 잃고 동행자와 다투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쇼핑에 관한한 남녀의 태도가 크게 다르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남자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마지 못해 여성들의 쇼핑을 따라나서고,꼭 필요한 물건 외엔 관심을 갖지 않으며,가격표를 잘 안본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남자는 꼭 필요한 1달러짜리 물건을 2달러에 사오지만,여자는 필요하지 않은 2달러짜리 물건을 1달러에 사온다'고 하는가 하면,'남자가 백화점에 가는 건 20대는 헌팅하러,30대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40대는 운전기사 내지 짐꾼 노릇을 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도 돌아다닌다. '쇼핑의 과학'(Why We Buy)을 쓴 파코 언더힐의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등에서 옷을 입어본 고객중 남자는 65%가 구입했지만 여자는 25%만 사고,여성고객의 경우 같은 물건을 사는데도 여자친구와 함께 오면 8분15초,아이를 동반하면 7분19초,혼자서는 5분2초,남자가 옆에 있으면 4분41초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남녀가 함께 쇼핑하면 남자들은 지루해서 어쩔줄 모르고 이 때문에 여자는 초조해하며 쇼핑을 끝내더라는 얘기다.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해 상반기 요일별 매출을 살핀 결과 부부가 함께 쇼핑하는 주말엔 남성ㆍ아동복, 주부 혼자 쇼핑하는 월요일엔 여성복이 가장 많이 팔렸다고도 한다. '여자의 사랑을 얻는 법'에 '여자의 주위인물 누구와도 자연스레 얘기할 수 있고' '헤어진 뒤 돌아보면서 미소짓고'와 함께 '여자의 쇼핑을 따라 어디든 갈 수 있고'가 포함된 까닭을 짐작할 수 있는 셈이다. 쇼핑에 대한 이런 차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그저 남녀의 행동방식,정서적 욕구,의사소통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10월 1일부터 주요 백화점의 세일이 시작된다. '72분' 한계설이 한국남성에게도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부가 함께 쇼핑할 때 참고사항은 될 듯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