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27세의 나이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젊은 작가 이치은이 두번째 장편소설 '유대리는 어디에서,어디로 사라졌는가?'(민음사)를 냈다. 문학과 현실에 대한 치열한 사유가 돋보였던 데뷔작 '권태로운 자들,소파씨네 아파트에 모이다'에 이어 5년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현실과 환상,진실과 허위를 넘나들며 개인의 실존과 억압의 문제를 조명한다. 회사원 유지형은 우연히 정체불명의 총격전을 목격하고 총싸움의 와중에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회사 동료 강 과장의 시체와 함께 발견된다. 총격전을 보았다는 진술만을 반복하는 유지형은 정신병자로 취급당하며 경시청으로부터 강 과장의 살인범으로 몰린다. 그러나 사건이 진전되면서 유지형은 총격전을 은폐하려는 음모에 자신이 말려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건의 전모에 접근해 가기 시작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추리소설의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약간 다르다. 사건현장의 여러 단서 중에서 참과 거짓을 가려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리소설이라면 이 작품은 사건이 진행되면 될수록 현실과 환상,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속으로 점차 빠져든다. 이 모든 것이 경시청이라는 권력기관에 의해 조작된 것임이 차츰 드러난다. 경시청은 각 개인의 존재를 제거하거나 전혀 다른 삶으로 재생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억압의 총체이자 지배시스템의 상징인 셈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