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국세무사회 3층에 있는 정구정 회장의 집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다기(茶器)세트였다. 정 회장은 뽕잎차를 내면서 회향(廻向)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회향이란 '스스로 쌓은 공덕이나 수행을 사람들이나 생명에게 되돌리는 일'이란 뜻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한지 3수(修)만에 당선됐다. "지금도 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정 회장은 회원들의 숙원인 세무사 자동자격제도 폐지를 위한 진짜 회향은 이제부터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자동자격제에 얽힌 기억부터 꺼냈다. 세무사시험 합격 직후 부인이 한 모임에 나갔다가 친구에게서 들은 말이 충격이었다고 한다. 부인 친구의 얘기인 즉, "우리 남편은 공인회계사인데 시험에 합격하니 세무사 자격은 덤으로 주던데…"였다는 것. 정 회장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해 주는 것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라고 강조했다. "1961년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자격을 줬는데 지금까지 그 제도를 존치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 회장은 "변호사와 회계사의 기득권 유지 노력에 정부의 무책임이 결합된 것"이라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와 같이 무조건 자동자격제 폐지를 주장하진 않는다. 회계사와 변호사의 기득권(세무사 자격)은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회계사와 변호사들이 그들의 명칭을 갖고 세무대리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하되 명칭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10년 가까이 끌어온 이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 회장은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이익단체들에 끌려다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에겐 이와 함께 세무사들과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세무사회를 만드는 것이 현안이다. 이는 숙원사업인 자동자격제 폐지의 전제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그는 취임 후 세법 무료 동영상 강좌와 무료 세법상담 확대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국세청장의 첫 세무사회 방문을 이끌어냈고 세무사 징계권이 재정경제부에서 국세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 세무사들의 호응을 얻었다. "사무실을 열어놓고 고객을 받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세무사들이 직접 납세자들을 찾아가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납세자들이 잘못된 세법으로 피해를 보면 이 세법을 고치는데 앞장서야 국민들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 [ 약력 ] . 나이 : 50세 . 출생 : 충북 충주 . 학력 : 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동국대 불교대학원 졸업 . 경력 : 75년 세무사시험 최연소 합격, 77년 세무사 개업, 한국세무사고시회 13대 회장, 서초 세무사협의회 회장, 서초세무서 과세전적부심사위원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