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4개사 계열분리의 스포트라이트는 역시 2명의 스타급 경영인에 집중되고 있다. 옛 금성사 재직기간을 포함해 LG전자에 16년여동안 몸담았던 구자홍(57) 회장과 LG전자 디지털 가전의 산파역을 맡았던 김쌍수(58) 부회장이 그들이다. 구 회장은 LG전자 대표이사 회장직을 벗고 LG전선에서 새로운 터를 닦을 예정이고 김 부회장은 LG전자의 신임 CEO로 창원공장을 떠나 상경길에 올랐다. 두 사람의 경영스타일은 상반된 측면이 많다. 구 회장은 세련된 매너에 서구적 합리성을 중시한다. 반면 김 부회장은 '불도저'라는 별명 답게 열정적이고 과감한 혁신을 내세운다. 구자홍 회장은 지난 95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이후 LG그룹에 디지털 경영 바람을 일으킨 대표적 경영인. 디지털 인재 확보-디지털 마인드 확산-디지털 사업 강화라는 전사적 캠페인이 오늘날의 LG전자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광스토리지 CDMA-WLL(부호분할다중접속 무선가입자망)을 세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PDP 디지털TV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이끌었다. 필립스와의 성공적인 전략적 제휴도 빼놓을 수 없는 구 회장의 공적이다. 브라운관 분야의 합작법인인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본 궤도에 올랐고 LG필립스LCD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를 넘보고 있다. 구 회장은 평소 "디지털 시대엔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제휴가 곧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글로벌 제휴만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겼던 것은 아니다. 구 회장은 소니와 인텔의 가는 길이 다른 것처럼 LG도 우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승자간의 제휴가 이뤄져야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 LG전자의 경쟁력 향상과 다각적인 글로벌 제휴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마침내 'LG전자의 길'로 표면화됐다. 구 회장은 또 복장 자율화와 상하간 보고체계의 유연화 등을 통해 직원들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의 이같은 스타일은 이른바 '펀(Fun) 경영'의 주창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쌍수 부회장은 CEO가 돼서야 처음 서울 근무를 하게 됐다. 지난 69년 입사 이후 그동안 줄곧 부산공장과 창원공장의 현장을 지키며 국내 제조업체에서 가장 선진적이라는 LG전자 특유의 노경문화를 일구었고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끊임없이 생산혁신을 단행해왔다. 냉장고 공장장-리빙시스템사업부 본부장-디지털 어플라이언스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LG전자의 가전부문을 세계 톱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기업중 처음으로 6시그마를 도입, 생산현장의 경영혁신을 가져왔으며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설계하자는 경영혁신 프로그램 TDR(Tear Down & Redesign) 활동을 통해 상시적 경영혁신을 계속 추진해 왔다. 지난 7월 초우량 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를 둘러보고 난 뒤에 "현재 LG전자의 혁신시스템은 도요타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또 지난 8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선진기업 특강사례'를 주제로 특강에 나서 민간 기업 경영자로는 처음 청와대에서 강연을 한 인물로 기록됐다. 김 부회장은 신임 대표이사를 맡아 기존 경영시스템에도 일대 손질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현장에서 연간 3백건 이상의 개선사례를 도출했던 것처럼 각 사업부별로 강력한 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토록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 재무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생산현장과 영업분야 인력들의 중용도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