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비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 컴퓨터 네트워크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요즘 이 말의 의미를 절감하고 있다. 썬은 지난달 30일 대규모 R&D투자 및 저가 경쟁제품들의 급부상 등으로 손실이 급증,3분기(7~9월) 손실액이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주당 2센트)를 크게 웃도는 주당 10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같은 발표 후 썬의 주가는 수직 낙하,전날보다 14.3%(55센트) 폭락한 주당 3.31달러에 마감됐다. 주가 하락세는 정규시장 마감 후 시간 외 거래에서도 이어졌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썬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aa3로 두 단계 낮췄다. 애널리스트들은 "썬이 델컴퓨터 등 경쟁사들의 저가 서버제품에 대응,새로운 컴퓨터 소프트웨어체계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으나,이 과정에서 고비용·저이익 구조가 발생했다"며 R&D투자가 항상 '다다익선'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실 썬의 R&D투자는 업계의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컴퓨터 관련 업계의 R&D는 매출의 8~10% 정도가 일반적이나,썬은 16%에 달한다. 특히 지난 1분기의 경우,R&D비용은 4억6천7백만달러로 매출(27억9천만달러)의 16.7%에 달했다. 이에 반해 저가의 서버제품으로 썬을 공격하고 있는 델컴퓨터의 R&D비율은 겨우 1%에 불과하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