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이렇게 뚫었다] (3) '전문학원을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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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회사라도 '일단 붙고보자'는 생각은 취직하는데 오히려 '마이너스'예요. 자신이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일을 찾는게 '취업 제 1계명'이 돼야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확실히 안다면 부족한 부분은 채워갈 수 있거든요. 학교에서 못 했으면 학원에서라도 말이죠.바로 저처럼요."
지난 2월 제일모직에 입사한 송미연씨(27).
7개월간의 신입사원 교육을 끝마치고 최근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남성 정장 '로가디스' 소속 디자이너로 배치됐다.
송씨의 전공은 의류학이나 의상디자인학이 아닌 가정관리학(신구전문대).
올해 제일모직 디자이너로 입사한 사원 9명중 대학때 디자인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20년 넘게 디자인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문외한'이 내로라하는 대기업 패션 디자이너로 당당히 붙을 수 있었던 것은 패션 전문학원에서 3년간 실무 능력을 키워온 덕택이다.
# 인생 목표를 찾기 위한 방황
송씨가 처음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은 대학때 들은 복식사 수업에서였다.
여러 시대의 갖가지 옷들을 보면서 '색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레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졸업후 대부분 영양사나 유치원 교사로 취직하는 가정관리학과와는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까진 디자인의 'D'도 몰랐다는 송씨 스스로 겁이 났던 것은 물론 '네 나이가 몇인데 디자인을 시작하느냐' '시집 갈 생각이나 해라' 등 주위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거의 포기 상태였어요. 그러다 영화를 보러갔는데 스토리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등장인물의 옷만 보이더라고요. 역시 포기할 수 없구나 생각했지요."
졸업후 2년간의 방황끝에 송씨는 지난 2000년 한 패션 디자인 전문학원에 들어갔다.
# '열정과 오기로 버틴 3년'
학원 수업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고달팠다.
원단 선택부터 재단, 바느질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매달 한 벌씩 옷을 만들어야 하는 철저한 실무 위주의 커리큘럼탓에 편하게 앉아서 수업을 듣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송씨는 커다란 이민가방을 끌고 다니며 하루가 멀다하고 동대문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옷 한벌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단 무게만 족히 5㎏에 단추 심지 등 각종 부자재까지 사려면 웬만한 크기의 가방으로는 어림없기 때문이었다.
작품 제출 마감기한이 다가오면 3∼4일씩 꼬박 밤을 샌 것은 기본.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놓은 작품에 교수들의 혹평이 쏟아질때면 정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었다.
"학원 입학 동기생은 3백명이지만 졸업 동기는 1백명도 안돼요. 도중에 탈락하는 사람도 많고 '인간이 할 짓이 못된다'며 스스로 그만두는 사람도 많죠. 특히 '디자이너가 돈도 잘 벌고 취직도 잘 된다더라'하는 생각으로 온 사람들은 대부분 중도포기하지요. 정말 미쳐서, 좋아서 하는 일 아니면 오래 견디지 못해요. '오기'로 버티는 거지요."
# 입사 지원서를 낼 땐 '배수진을 쳐라'
이력서 1백통은 써야 겨우 취직을 할수 있다는 요즘 송씨는 제일모직 단 한곳에만 입사 지원서를 내고 합격한 '특이' 케이스다.
작년 7월부터 제일모직의 '하계 디자인 실습'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일찌감치 한 회사만 목표로 취업 준비를 했다.
그는 "여러 곳을 기웃거리며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뤄줄 회사를 찾아 온 정성을 쏟아붓는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