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7:47
수정2006.04.04 07:49
오는 15일이면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전 조계종 종정)이 열반한 지 10년.지금 가야산에는 성철 스님이 없지만 "산은 산 물은 물"의 가르침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난 2000년 11월 경남 산청에 복원된 성철 스님 생가와 겁외사에 지금까지 50만명 이상이 다녀간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오는 16~17일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리는 성철 스님 열반 10주기 추모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백련불교문화재단 부설 성철사상연구원을 비롯해 5개 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는 "깨달음의 문화적 지평과 그 현대적 의미".성철 스님의 돈오적인 깨달음이 불교만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종교전통에서 찾을 수 있는 인류의 보편적 경험이라는 인식 아래 현대적 의미를 찾아보자는 뜻이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불교학자뿐만 아니라 신학자와 유교학자,인지과학 및 종교철학 전공자까지 발표자로 나선다.
특히 국내 학술대회로는 드물게 발제자를 공모,30편의 응모 논문 중 8편을 뽑았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네팔 캐나다 헝가리 등 총 8개국에서 13명이 주제를 발표하게 된다.
아프리카 가나와 네팔에서는 각각 10명과 12명의 학자가 자비를 들여 업서버로 올 만큼 세계 불교학계의 관심이 컸다고 한다.
'깨침의 의미와 공용(功用·공을 들인 보람)'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목정배 서울불교대학원대학 총장은 "깨침은 반드시 인간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작용하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항상 '자기를 바로봅시다''남을 위해 기도합시다'라고 한 성철 스님의 말씀은 깨침의 보편성과 구원의 사회화를 사바세계에 이뤄 나가려는 '깨침의 공용'이라는 것이다.
첫 주제발표자인 김경집 박사(동국대 강사)도 성철 스님의 깨달음과 실천방향에 주목한다.
깨친 뒤에는 반드시 설법을 통해 일체중생을 교화하고 남을 위해 깨침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성철 스님의 생각이라는 것.
다른 종교나 학문영역에서의 접근도 시도된다.
일본 도요가쿠엔 대학의 찰스 뮬러 교수는 '무주(無住·머무르지 않음)를 지향하는 경전읽기와 깨달음'을 주제로 도가철학과 금강경 및 원각경을 비교·분석한다.
또 베트남 보트피플 출신의 쿠옹 뉴엔 박사는 '원효와 유식철학'을,중국 쓰촨대학의 첸빙 교수는 '선종과 송원(宋元)도교'를 주제로 발표한다.
화엄경의 본각사상을 기독교적 입장에서 분석한 로버트 지멜로 교수(미국 하버드 대학)의 발표내용도 주목된다.
원택 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돈점 논쟁에서 벗어나 종교간의 대화로 깨달음의 주제에 관한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2년마다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이런 논의를 심화,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