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틀린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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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정세현 통일부 장관의 강연이 끝난 뒤 외국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마침 세계 최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톰 번 부사장이 질문을 던져 참석자들이 귀를 세웠다.
"남북 경제협력이 북한의 체제변화를 유도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의 주체 사상이나 군사주의는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느냐."
그의 질문은 북한이 남북 경협으로 이득을 얻는다고 생각하고 있고 북한 군부대마저도 남북경협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요지의 강연에 대해 따지는 투였다.
정 장관의 답변은 강연 내용과 똑같았다.
얼마나 더 포용해야 할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북한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거듭 설명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변화를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주체사상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북한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투의 질문에 북한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답변. 질문과 답변에 거리가 있는 것 같아 강연장을 나가는 번 부사장에게 답변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Wrong answer(틀린 답변)." 묻는 기자가 무색하게 두 마디로 정 장관의 답변을 평가절하하고 나가 버렸다.투박하다는 느낌과 함께 무디스의 교만함도 엿보였다.
무디스의 평가는 한국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이다.그들을 통해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의 객관적 평가를 받는 것은 바람직하다.
관료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을 깨뜨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Wrong answer"라는 멘트는 장관에 대한 예의차원에서도 썩 이해하기 어려웠다.
"Long answer(긴 답변)"라고 말한 것을 잘못 들었길 바라면서 씁쓸하게 강연장을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