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액이 1백70억달러를 넘어 월 단위 수출 실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 일부 기업들의 '밀어내기 수출'이 부분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보기술(IT) 품목들의 호조와 대(對)중국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추세가 더 큰 요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산업자원부는 9월중 통관기준 수출과 수입이 1백72억1천만달러와 1백45억9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23.8%, 12.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9월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 달(9억1천만달러)보다 1백88% 늘어난 26억2천만달러로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역대 최고치인 지난 4월 1백57억3천만달러보다 15억달러가량 많은 것이며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 98년 12월(37억7천만달러) 이후 57개월 만에 최대다. ◆ 수출 왜 늘었나 우선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주요 품목들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반도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증가율이 32.8%에 달했고 무선통신기기(37.7%)와 컴퓨터(33.7%)도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파업 여파로 7월과 8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자동차 수출은 9월에는 16억9천만달러로 41%나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의 중간재 수입 등이 늘어나면서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9월 현재 17.7%로 가장 높다. 올해 대중국 누적 무역수지 흑자도 지난 8월 처음으로 미국을 앞서며 81억9천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승훈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연도별 대중 누적투자와 수출을 비교해 보면 상관계수가 0.964를 기록하고 있다"며 "투자가 수출을 끌어가는 선순환구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원화강세 영향 있나 최근의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전선에의 차질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보통 수출에서 환율 효과는 3∼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올해 중에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추가적인 원화절상을 우려해 환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부 업체들이 물량을 앞당겨 수출해 현재 실적이 부풀어 보이는 착시현상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환율 하락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움직임"이라며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엔화절상 속도가 원화절상 속도보다 빨라 큰 피해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