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만 직원으로 채용하는 사장이 있다. 서울 중구 오장동에 본사를 둔 배기근 실버퀵서브웨이택배㈜ 대표(이하 실버퀵·54). 강남 영등포 잠실 일산 등 지점을 포함해 이 회사의 배달원 80여명은 모두 65세가 넘는 노인들이다. 최고령자가 86세. 할머니 배달원도 6명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배달원들은 하루에 3∼5건 정도의 서류·꽃바구니·선물 등을 배달한다. 보통 5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지만 매월 1백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직원들도 상당수 있다. "서울시청 국장과 선생님,방송국 국장,육군장교 출신 등 젊은시절 잘 나가던 분들도 여러분 있습니다.고위직에 있었던 분들이 예상과 달리 자신을 낮추고 더 열심히 일을 하는걸 보고 놀랬어요." 배 대표가 실버퀵을 시작한건 2001년 6월. 젊은 시절 금융계에서 일하다 나와 한식당을 운영하던 그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알거지가 됐다. 이후 가끔 찾아간 곳이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 건강한 노인들이 시간 보내는 모습을 보고 노인 택배사업을 착안했다. "처음엔 여러 어려움도 많았습니다.특히 택배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 회사 여직원들이 싫어하더군요.연세 지긋하신 분한테 일을 시킨다는 죄책감때문이랄까요.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배 대표는 노인 인력의 장점으로 인건비가 싼 점과 성실성을 꼽았다. 기동성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토끼와 거북의 달리기 시합'을 예로 들었다. 오토바이 배달은 물건을 모아서 출발하지만,실버퀵은 1건 요청에도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오히려 빠르다는 설명이다. 홍보전략도 눈길을 끈다. 매주 경제신문에 나오는 신설법인에 택배안내서 등을 동봉한 편지를 매월 3천통 가량 보낸다. 배 대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홍보를 해 봤지만 이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인터넷 서비스는 기본.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모두 노인 사원들이 척척 해결한다. 배 대표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노인사원이지만 못하는 게 있으면 엄격하게 경고한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고마움도 많이 느낀다. 가끔 빨리 배달하겠다는 마음이 앞서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어 이들을 위해 상해보험도 가입할 생각이다. "실버빌딩을 세우는 게 꿈입니다.많은 노인들이 일도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