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존 쿠체는 수년 전부터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돼 온 세계적인 작가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한번도 받기 어렵다는 영국의 권위 있는 부커상을 사상 처음으로 두차례(1983년과 99년)나 수상하면서 '탈식민주의 문학운동'의 기수로 평가받아 왔다. 1940년 케이프타운 근교 우스터에 있는 네덜란드계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미국에서 컴퓨터 과학자와 언어학자로 교육받았다. 현재 미국 시카고대 객원교수이자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영문과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사무엘 베케트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지적인 힘과 균형적 스타일,역사적 비전과 윤리적 통찰력을 독특한 방식으로 통합'시킨 작가다. 첫 작품 '더스크랜즈'에 이어 후속작 '나라의 심장부'로 남아공 최고의 문학상 및 CNA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9년 발표한 '추락(Disgrace)'으로 부커상을 또 한 번 수상했다. 이 소설은 제자와 불륜을 저질러 강단에서 쫓겨난 교수가 자신의 딸이 강간당하는 상황에 처하는 내용을 통해 남아공 백인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친 작품이다. 국내에는 '야만인을 기다리며'(들녘) '추락'(동아일보사)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책세상) 등 세 작품이 문학평론가 왕은철 교수(전북대 영문과)에 의해 번역,출간돼 있다. '야만인을 기다리며'에 대해 왕 교수는 "식민주의와 피식민주의자간 갈등을 통해 폭력과 억압의 사슬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된 게 아니라 보편적인 것임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 작품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통렬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그는 남아프리카 작가로는 예외적인 작품세계를 갖고 있다. 억압받는 현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의 실체와 허상을 포스트모더니즘 방식으로 해체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쿠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제국주의자와 원주민,가해자와 피해자,식민주의자와 피식민주의자 등과 같은 이분법에 의존하지 않고 체제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진보적인 인물을 내세워 체제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한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은 다른 작가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길이가 짧다. 이는 소설을 '사유의 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그의 사고방식과 관계가 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난해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많은 내용을 적은 양의 언어 속에 용해시켜 놓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 동료인 고디머는 쿠체를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지닌 작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은둔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부커상을 수상했을 때도 그는 문학상의 상업성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 ◇194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 출생 ◇1960년 케이프타운 대학 졸업 ◇1970년 뉴욕주립대 교수 ◇1972년 케이프타운 대학 교수 ◇1974년 데뷔작 '더스크랜즈' 출간 ◇1977년 '나라의 심장부'로 CNA상 수상 ◇1980년 '야만인을 기다리며'로 제프리 페이버상 수상 ◇1983년 '마이클 K의 삶과 세월'로 부커상 수상 ◇1986년 '포우(Foe)' 출간 ◇1990년 남아공으로 귀국.'철의 시대' 출간 ◇1994년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출간 ◇1999년 '추락'으로 부커상 두번째 수상 ◇2003년 신작 에세이소설 '엘리자베스 코스텔로:8개의 교훈'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