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역할을 좋아해요. 이번 영화에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찾아낸 것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배용준이 첫 영화 출연작으로 지난 2일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영화계에서는 대부분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울연가'에서 보여준 도회적인 이미지가 사극에 어울릴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그러나 조선시대 냉혹한 바람둥이의 모습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 그의 연기는 주위의 우려를 일거에 날려버렸다. 역대 한국 영화 최고의 인터넷 예매 점유율(맥스무비 집계,84.4%)도 우려가 기우였음을 뒷받침했다. "대체로 저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편이지만 한 구석에는 바람둥이 기질도 있고 사기꾼 기질도 있을 거예요.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색깔을 다양하게 끄집어낼 수 있어야 배우가 아닐까요?" '스캔들…'에서 배용준이 맡은 조원 역은 과거에 급제했지만 관직을 마다 하고 풍류를 즐기는 이단아.멋진 외모와 뛰어난 말솜씨를 갖춘 그는 사촌누이인 조씨부인(이미숙)과의 첫사랑에 실패한 뒤 뭇 여인들과 육체적 쾌락을 즐긴다. 결국 조씨부인과 함께 수절 과부 숙부인(전도연)을 유혹하는 '위험한 게임'을 벌이기에 이른다. "인물에 대한 역할 모델이 없어서 연기하기가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재용 감독이 많이 가르쳐 줬죠.첫 영화라서 그런지 부족한 부분만 보여서 아쉬움이 남지만 영화나 연기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그는 연기의 호흡이 긴 점과 촬영 시간이 단절되는 점 등을 TV 연기와 영화 연기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특히 "드라마와 같이 몰아서 찍는 게 아니라서 연기의 감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표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으면 영화든 방송이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배용준의 꿈은 잘 알려진대로 영화감독.그러나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단다. "현재로서 연출은 꿈일 뿐이에요. 하지만 꿈을 잃은 삶은 건조하죠.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배울거예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미스터리물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