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 일본 유럽 등지에서 활동 중인 이우환 화백(67·도쿄 다마미술대 교수)은 백남준과 더불어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선' 시리즈의 회화로 유명하지만 일본과 유럽에선 조각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초 '점' 시리즈에서부터 근작인 '조응(Correspondence)' 시리즈,조각작품인 '관계항' 시리즈에 이르는 30여년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이우환-만남을 찾아서'가 서울 호암갤러리(02-771-2381)와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 열리고 있다. 1백호 이상의 대형 평면작품 35점과 조각 판화 드로잉 등 69점이 출품됐다. 호암갤러리는 초기부터 90년대 중반 작품까지를,로댕갤러리는 평면과 조각 등 최근작으로 구성했다. 11월6일까지.이와 별도로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9∼26일·02-734-6111)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근작까지 유화와 테라코타로 제작한 '조응' 시리즈 20여점을 선보인다. ◆회화세계=이우환의 작품은 70년대 '점''선' 시리즈로 시작해 80년대 '바람' 시리즈,90년대부터 현재까지 '조응' 시리즈로 이어진다. 화면에는 점과 선만 있을 뿐이지 색채 형태 이미지 등의 회화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선 서구 미니멀리즘과 흡사하다. 하지만 개념을 강조하는 서구 미니멀 작가들과 달리 그는 행위를 통해 자신과 대상,외부세계와의 관계를 '중재'하는 동양적 사유방식에서 출발한다. 굵은 점과 선이 흐린 점 선과 어울려 생성과 소멸,나타남과 사라짐,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의 관계를 보여준다. 삼성미술관의 이준 학예연구실장은 그의 회화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면서 감성과 사유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회화 중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은 구작인 '점''선' 시리즈다. 작가가 '점''선' 시리즈를 70년대 후반에 중단한 것은 손이 떨리는 등 집중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80년대 이후의 회화는 내적 밀도가 떨어지면서 여백의 미를 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조각세계=철판과 돌로 구성된 그의 조각작품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무척 어렵다. 하지만 독일 본 시립미술관과 프랑스 주드폼미술관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작가가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회화가 아닌 조각이었다. 작가는 철판과 돌의 대비를 통해 이들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세계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작가는 철판과 돌을 전시장에 설치해 새로운 관계를 창출한 것이다. 그래서 이 화백은 "나는 철판과 돌을 빌려온 것뿐이기 때문에 창조자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