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산업이 또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며칠 전 경제장관 회의에서 결정한 카드규제완화 조치에 대한 논란이 국회에서부터 시작돼 언론으로 확산됐다. 내용인즉 신용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비중을 전체 매출의 50% 이하로 낮춰야 하는 시한을 내년 말에서 오는 2007년 말로 3년간 늦추고 적기 시정조치 발동 요건인 연체율 10% 기준도 완화하기로 한 것이 그 골자이다. 이러한 완화조치로 인해서 제기되는 이슈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이러한 규제완화가 소비를 부추겨서 경기를 살리려는 것이 정부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것과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둘째는, 신용카드의 남발과 느슨한 한도관리로 소비자 대출의 부실화를 초래했고 3백만명 이상의 신용불구자를 양산해 규제가 강화된 것인데 이제 그 고삐를 늦추면 부실이 다시 증가하게 되고 우리 경제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셋째는, 악화된 카드산업 전체의 재무건전성이 여러 가지 시정조치로 겨우 회복하는 마당에 이번의 규제완화가 다시 카드산업의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선, 신용카드의 신규발행이나 한도증액이 소비지출에 큰 영향을 주어 경기변동을 선도할 수 있다는 이론적인 근거는 없다. 다시 말해 신용카드의 사용이 경기변동의 선행지표가 되느냐 하는 것인데 미국을 비롯한 카드 선진국의 경우 그러한 함수관계가 실증적으로 정립된 것이 없다. 오히려 카드사용액과 부실금액은 경기 변동의 후행지표로서 나타난다. 경기가 좋아지면 카드사용액이 늘어나고 또 부실 금액도 줄어든다. 최근 경기예측의 중요한 변수가 소비자의 기대 심리인데 이를 카드와 연결해 해석하면 소비자들은 경기의 사이클에 따라 카드사용액을 조절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소비행태나 카드의 사용행태가 미국과 똑같지는 않으나 기본 성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경기부양에 효과를 가져오느냐라는 질문에는 대개 그렇지 않다가 그 답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규제완화가 추가 부실의 발생 내지는 부실처리에 역작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금서비스의 비중을 50%로 낮추는 문제는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비중의 초과 한도분이 약 10조~20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소비자들이 상환하는 데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경기침체국면에서 순 상환은 무리가 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고 그래서 은행이나 카드사가 분할 또는 대환에 의한 상환유예를 제안하고 있으나 결국은 한도축소가 부실채권 정리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완화가 추가부실을 초래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세 번째 카드산업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이슈이다. 이번 규제완화가 카드산업의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래서 건전성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규제완화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시정조치에 따라서 카드산업의 재무상태가 많이 안정됐고 특히 비용부문의 구조조정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카드산업의 당면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부실채권의 정상화다. 그러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가장 큰 변수이고 두 번째는 제도개선이다. 현행의 구매 한도제와 현금서비스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높은 연체비율을 시현할 수밖에 없고 경기변동과의 상관계수가 아주 높다. 최근 2~3년 한국경제는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이었고 따라서 카드 연체율도 역사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부실채권을 정당화할 수 없다. 부실채권의 정리를 위해서는 보다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회전대출제나 직불카드의 활성화, 그리고 담보부 신용카드의 보급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규제의 강화나 완화가 임시방편의 효과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카드산업의 건강회복과 건전한 신용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역부족이다. kbkim@mondex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