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물건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여운을 한번쯤은 되돌아 보는 것이 어떨까요?" 지난 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가재도구에 대한 경매에 참가,진돗개와 TV 냉장고 서예 병풍 등 총 1억1천8백50만원 상당을 대리인을 통해 낙찰받은 김홍선씨(50). 그는 서울 갈현동의 아담한 자택에서 옛 물건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골동품 애호가였다. 광고회사 직원이었던 그는 98년 외환위기로 명예퇴직을 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물건수집에 뛰어들어 이제 교실 구멍가게 사진관 이발소 등의 옛 풍경을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소장품이 늘어났다. 생활을 위해 그는 민속품을 사고 팔기도 하고 백화점 시청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50∼70년대 상황을 재연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김씨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특별한 호감도,악감정도 없다"며 "다만 긴 사연을 담고 있는 물건들이 언젠가 전직 대통령 기념관에 전시돼 미래 세대에 과거 대통령들의 생활상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낙찰받은 진돗개에 대해 "개들도 감정이 있는 동물인데 무슨 잘못을 지어 동물까지 경매에 부쳐지느냐"면서 "전 전 대통령도 물건은 모르지만 개에 대한 애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돌려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직장생활에서 모은 돈이 이번에 대부분 소진됐다"며 "언젠가는 물건들을 상설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