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열렸던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계기로 신(新)플라자 체제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앞으로 신플라자 체제가 도래한다면 미 달러 약세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난 10년간 달러 강세를 배경으로 형성됐던 국제금융시장과 세계경제 질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 플라자 합의 =1985년 9월 미국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선진국간에 달러 약세를 유도키로 한 합의를 말한다. 미국이 80년대 전반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행정부의 '강한 달러(strong dollar)' 정책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주요국간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무역불균형 확대가 문제가 됐다. 주요국들은 국제수지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무역장벽과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같은 각국의 '자국 이기주의'적인 행동은 세계 경제를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에 빠뜨리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고 세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달러약세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 달러약세를 유도키로 하는 합의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후 3년간 달러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약 30% 정도 떨어졌다. ◆ 역(逆)플라자 합의 =1995년 4월 주요 선진국들은 플라자 합의와는 반대로 달러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했다. 그 배경은 멕시코의 페소화 폭락에서부터 비롯됐다. 1994년 12월 멕시코 대통령이 살리나스에서 세디오로 바뀌면서 페소화 가치가 폭락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의 페소화 가치가 폭락할 경우 달러가치도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환투기 심리로 1995년 4월에는 엔ㆍ달러 환율이 79.8엔까지 떨어졌다. 결국 세계 제일의 중심 통화인 달러가치가 폭락한다는 것은 세계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선진국들이 중심이 돼 인위적으로 달러가치 부양에 나섰다. 그 후 달러가치는 크게 상승해 미국과 세계 경제 안정에 기여했다. ◆ 신플라자 합의 =달러약세를 유도한 선진국간의 플라자 합의가 다시 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부쩍 대두되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간의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가 또 다른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80년대 전반과 다른 것은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이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신플라자 체제가 올 것인가 여부는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처럼 중국이 현재의 환율수준을 고수해 선진국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한다면 신플라자 체제가 태동돼 달러 약세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이 국제적인 요구와 자국 내 풍부한 외환시장을 감안해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신플라자 체제는 논의 차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현재 예상대로 4분기 이후 미국 경제가 4% 이상 성장할 경우 달러가치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국내 경제에의 영향 =앞으로 신플라자 체제가 태동할 경우 종전과 달리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과거 '플라자 체제'때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거의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엔화 강세로 인한 반사이익이 컸다. 반면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플라자 체제가 태동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도 동반 강세 현상을 나타내 반사이익이 줄어들게 분명하다. 더욱이 경합관계가 높아진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수출 등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플라자 체제 태동 여부와 관계없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돼 통화마찰이 무역분쟁으로 비화되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