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엔 현금이 없다. 신용카드와 상품권 뿐이다.' 신용카드와 상품권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과소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신용카드와 상품권은 과소비의 원흉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신용카드와 상품권으로 알뜰소비를 한다. 신용불량시대를 겪으면서 신용카드는 과소비조장형 화폐에서 계획소비형 화폐로 변신중이다. 상품권은 할인된 가격에 구입해 필요한 물품을 사는 절약형 화폐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화폐에 수요가 물리면서 지폐처럼 종류도 다양해졌다. 신용카드는 직불카드, 일반신용카드, 기프트카드 등으로 세분화됐고 재질과 모양도 투명, 야광, 미니 등으로 진화되고 있다. 상품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백화점상품권, 도서상품권, 지자체상품권, 국민관광상품권, 외식상품권, 정유상품권, 모바일상품권, 인터넷상품권 등이 지갑을 채우고 있다. 신용카드와 상품권이 소비시장을 주도하는 'No Cash Wallet'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신용카드는 누가 뭐래도 가장 '편리하고 빠른' 급전(急錢)융통 수단이다. 은행 대출보다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지만 인터넷이나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는 등 절차와 조건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인의 결제능력을 무시한 채 과다하게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본인의 결제능력은 물론 이자율, 수수료, 결제방법 등을 꼼꼼히 비교한 후 사용해야 한다. ◆ 취급수수료 알고 쓰자 =현금서비스는 대출서류를 작성하거나 보증인을 세우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자율은 은행 신용대출보다 비싸지만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현금서비스 수수료는 결제일까지의 이용날짜에 따라 정해진 이자만 부담하면 됐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지난 5월부터 LG, 외환카드를 시작으로 삼성, 현대카드 등도 취급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취급수수료란 현금서비를 이용할 때마다 이자와 별도로 이용액의 0.3∼0.6%를 소비자가 물어야 하는 돈.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전과 달리 현금서비스 이자 외에 별도의 추가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현금서비스는 결제일 전이라도 중도상환을 통해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취급수수료는 이용할 때마다 미리 떼는 만큼 중도상환하더라도 부담을 줄일 수 없다. 따라서 현금서비스 이용기간이 짧을수록 취급수수료율이 낮은 카드를 쓰는게 유리하다. ◆ 카드론 vs 현금서비스, 뭐가 유리한가 =카드론을 신청하면 3∼36개월까지 본인의 신용만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는 회원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통상 연 9∼25%다. 일반회원은 연 18∼22% 금리에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현금서비스의 이자율은 연 12∼27%로 카드론보다 다소 높다. 또 현금서비스 역시 카드론과 마찬가지로 취급수수료를 내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자비용을 아끼기 위해선 카드론을 쓰는게 유리하다. ◆ 나만 몰랐던 카드결제법 =매월 카드 결제대금에 허덕인다면 리볼빙 제도를 활용해 볼 만하다. 리볼빙은 해외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는 결제방식. 카드사와 회원간에 총 이용한도와 월별 결제비율(5∼1백%)을 약정한 후 매월 약정비율에 따른 결제금액과 잔액에 따른 이자를 납부하면 된다. 해외에서 카드를 쓰고 귀국한 후 한꺼번에 결제하기가 부담스럽다면 '할부전환'을 신청해 볼 만하다. 비씨, 외환, 삼성, LG카드 등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화, 홈페이지, 지점방문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수수료를 아끼고 싶다면 '중도상환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은 결제일 이전이라도 언제든지 갚을 수 있으며 빨리 갚는 만큼 이자부담을 덜 수 있다. 만약 한꺼번에 갚을 수 없다면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중도상환하면 된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