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결제수단 변화 등의 영향으로 통화 유통속도가 지난 90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화 유통속도가 떨어질수록 돈을 더 풀어도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대신 통화정책(콜금리 조정)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총유동성(M3)을 기준으로 한 통화 유통속도는 0.52배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90년 1.03배의 절반 수준이다. 통화 유통속도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M3 평균잔액으로 나눠 산출하며 이때 M3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금융자산을 의미한다. 유통속도가 1배면 모든 통화가 그 해에 한 번씩 실물ㆍ금융거래에 사용됐다는 뜻이고 0.5배면 절반만 쓰였다는 의미다. M3기준 통화 유통속도는 △94년 0.81배 △97년 0.69배 △2000년 0.59배 △2002년 0.55배 등으로 90년대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통화 유통속도가 느려진 것은 신용카드 인터넷 계좌이체 등 결제수단이 다변화하면서 현금 사용이 크게 줄어든 데다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실물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또 외환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중에 통화를 많이 푼 것도 주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실제로 지난 90년 1백74조3천억원이던 M3 평균잔액은 올 상반기에 1천1백83조8천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