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금융 재건축규제 등을 망라한 그동안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들이 모조리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건 총리 등 국정 최고책임자들이 잇달아 강도 높은 추가 부동산시장 대책을 다짐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조했고, 고 총리는 7일 국무회의에서 "재정경제부가 앞장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 구축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재경부와 건설교통부 등 관련부처는 더이상 내놓을만한 '묘책'이 마땅치 않다며 고민하고 있다. 분양가 규제 등 놓고 '딜레마' 정부는 투기바람이 거센 강남 등지의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분양가 규제와 소형평형 의무공급 확대, 분양원가 공개 등 공급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은 단기적으로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을 위축시키고 분양 프리미엄만 부추기는 부작용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건교부가 지난 6일 최종찬 장관 주재로 민간 전문가들과 벌인 비공개 토론회에서는 분양가 원가공개 및 분양가 규제 방안과 관련된 주제발표가 이뤄져 대책의 무게중심이 '분양가 규제'로 쏠리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참석자들 대부분이 분양가 직ㆍ간접 규제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데다 재경부도 가격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대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분양가를 낮추면 분양 프리미엄만 올라갈 뿐"이라며 "건설업체들이 얻고 있는 이익을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효과 외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부동산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억제로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장기적으로 공급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높은 분양 프리미엄을 겨냥하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것. 건교부, '공급 확대책만으론 한계'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지난 6일 민간전문가들과 집값 대책관련 토론회를 벌인데 이어 7일에는 주택정책 담당자들이 총리실을 방문해 최근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건교부는 특히 고 총리가 재경부가 중심이 돼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큰 부담을 덜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건교부측은 공급 확대 및 수요억제 대책만으로는 최근 치솟는 집값을 잡는데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다며 재경부 국세청 등 유관부처들이 금융 세제 등을 동원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 원인이 저금리와 4백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에 있는데 고전적(?)인 공급확대와 수요억제 정책만으로 해결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공급확대와 수요억제 카드를 쓸 만큼 썼는데도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인 집값 안정대책은 부동산에 몰려있는 부동자금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찾아내는데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금리 인상이나 주택담보대출 총액제한, 무기명 채권 발행,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 등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거시경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경부, "금리 인상은 곤란" 재경부에서는 그러나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 전반을 망칠 우려가 크다"며 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신제윤 재경부 금융정책과장은 "부동산만 보면 금리를 올리는게 맞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며 "경기침체 속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거품 현상을 갖고 금리로 처방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여권 재경부 외화자금과장도 "금리를 올리면 외국인들은 환차익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금리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원화를 더 매입할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환율이 더 가파른 속도로 하락해(원화 강세가 가속화돼) 기업의 수출채산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 일각에서는 위헌 소지를 무릅쓰고라도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부동산매매 허가제 또는 강남지역 부동산 소유자 명단 공개 등을 추진하는 것이 어떠냐는 '극약 처방전'도 거론되고 있다. 현승윤ㆍ강황식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