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다가구주택의 다세대 전환정책이 세입자를 울리는 모순을 낳고 있다. 다가구에 설정돼 있던 근저당이 다세대주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피해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가구주택에서 다세대로 전환된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 세입자들은 근저당 등 권리관계 분석을 철저히 해봐야 한다. 일선 법무법인에 따르면 다세대 공동주택의 경매가 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다가구에서 다세대로 전환된 주택에서 세입자 피해가 늘고 있다. 집주인이 다가구에서 다세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다가구에 설정돼 있던 채무를 각 가구에 N분의 1 형식으로 분할한 경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집주인이 채무변제를 하지 못해 공동주택이 경매에 넘어간 경우 세입자 전체가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금 5천만원에 신림동의 한 다세대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 최모씨(33)는 최근 집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은행으로부터 6천만원을 빌린 집 주인이 다세대로 전환하면서 10가구인 각 가구 앞으로 6백만원의 저당을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체 10가구가 경매에 부쳐지게 됐다. 채권자인 은행은 원금과 밀린 이자를 받기 위해서 시세가 7천만원 안팎인 2가구 가량을 경매에 넣을 예정이다. 이 경우 개별 세대로 구분돼 있는 다세대인 관계로 전체 10가구 중 어느 집이 낙찰될지는 입찰자들이 결정하게 된다. 최씨의 집이 2가구에 포함될 경우 확정일자가 가장 빠르지만 최씨는 전세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이같은 피해는 다가구주택의 다세대주택 전환과정에서 등기법 개정 등 전체적인 법령 개정이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집주인이 개별가구에 채무를 설정하면서 세입자의 동의 또는 사전통보를 강제했을 경우 선의를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씨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이 다가구로 남아 있었을 경우 시세가 5억원 안팎인 주택이 경매에 들어가더라도 담보액이 1억원 미만의 소액이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별 피해가 없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실시했던 다가구주택의 다세대주택 전환과정에서 등기법상의 사각지대가 생긴 사례"라며 "경기침체와 임대율 하락으로 공동주택 경매가 늘고 있는 추세라서 유사 피해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