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외환시장에서 7일 엔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달러당 1백10엔선이 붕괴된데 이어 8일 도쿄시장에서도 엔고(환율 약세) 현상은 지속됐다. 일본 중앙은행이 1백10엔선 붕괴를 막기 위해 연 이틀 대규모 개입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도 엔화 매입' 기조가 우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통화당국이 책정한 '1달러=1백10엔' 목표를 '모래위에 그은 선(line in the sand)'이라고 표현했다. 일본만의 힘으로는 엔고를 막을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기회복 속도와 미국의 '달러 약세' 용인 정책 등을 감안할 때 엔화의 추가 강세(엔ㆍ달러환율은 하락)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시장개입만으론 역부족 달러당 1백10엔선이 붕괴되자 일본의 시장개입이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올들어 현재까지 모두 13조5천억엔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장개입을 해왔지만 엔화 가치는 연초대비 8% 급등했다. 일본 정부도 시장개입을 통한 엔고 저지가 '역부족'임을 시인하는 모습이다. 달러당 1백10엔선이 무너진 직후 다케나카 헤이조 일 재정 금융상은 "셀 재팬(Sell Japan)보다는 엔 강세가 낫다"고 말했다. 그는 급격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한 시장개입을 강조하면서도 "엔 강세는 일본 주식에 대한 해외 매수세 때문"이라며 이를 수용하는 입장도 동시에 내비친 것이다. 달러당 1백엔까지 떨어질수도 전문가들은 최근 엔화 강세(달러 약세)의 근본원인을 미ㆍ일의 상반된 경제상황에서 찾고 있다. 일본은 최근 제조업 단칸지수가 2년9개월간만에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플러스1로 돌아섰고, 증시도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같은 회복세를 타고 있는 미국경제는 대규모 경상적자 및 재정적자란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다. 실제로 미 경상적자는 올해 사상 최고액인 5천4백6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미국의 무역적자 등을 감안할 때 달러화 약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일본중앙은행이 개입하더라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백~1백5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들의 엔ㆍ달러환율 전망도 잇따라 하향 수정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달러당 1백14엔으로 잡았던 연말 엔화환율을 1백8엔으로 수정하고,내년초에는 1백2엔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