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천1백50원선 밑으로 하락하는 등 환율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당국의 정책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시장개입이 외국언론 등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비난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금리인하'가 거론되고 있다. 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는 '부동산 투기억제'와 '환율 안정'이라는 두가지 상충되는 정책목표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 "금리인상은 적절치 않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열린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시중자금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추가적인 원화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외국 투기자본에 환(換)차익에다 고금리 혜택까지 얹어주는 꼴이 되는 것도 문제다. 김 부총리가 "이달말까지 획기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금리 외의 정책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투기를 '미시적'으로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와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분양권 전매 제한과 재건축 규제, 관련 세금 인상과 세무조사 등 그동안 동원됐던 갖가지 부동산대책이 실패로 확인된 만큼 투기적 수요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고개드는 금리인하론 금통위가 금리를 내려 통화를 풀 경우 원화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내외(內外)금리차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외국자본이 원화를 매입할 동기가 줄어든다. 윤여권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중국의 저가품 공세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낮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져도 물가상승 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을 용인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만큼 환율을 잡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달러를 매입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방어하는 시장개입을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과 통안증권을 발행해 통화량을 흡수해야 하는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아예 금리를 내려 통화를 풀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 부작용" 주장도 반면 금리를 내릴 경우 저축률이 낮아지고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더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나올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마저 실패할 경우 금리정책이 온갖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행 내부에서조차 "금리를 올려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을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고,부동산을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진퇴양난'에서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