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부금 2,21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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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가 있다.
결벽증에 독설가로 동네 할머니에게조차 '재수없는 인간'으로 여겨지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강도를 당한 옆집 화가의 강아지를 대신 맡고,혼자 아들을 키우며 힘겹게 사는 단골식당 웨이트리스를 보살피면서 '함께 사는 삶'에 눈뜬다는 내용이다.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는 '끝없는 이야기(Never Ending Story)'에서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없앨 수 없다.
단지 사랑으로 채울 수 있을 뿐"이라고 적었거니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건 뒤늦게 만난 남녀의 사랑이기에 앞서 주위를 돌아보고 먼저 손 내미는 따뜻한 마음이다.
이웃은 물론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이들의 상처와 아픔까지 외면하지 않을 때 세상은 그래도 살만해진다.
기부를 통한 나눔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는데도 지난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를 통해 걷힌 우리 국민의 연간 1인당 기부액이 2천2백13원에 불과했다는 소식이다.
기부금이 이처럼 적은 건 기부에 대한 인식 부족 탓도 있지만 일반인 상당수가 모금기관에 내기보다 복지시설에 직접 전달하려 하는 까닭이라고 한다.
개별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경우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고 어렵고,정작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좀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에 관한한 정부가 노력해도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기부문화 활성화는 사회 갈등 해소의 첫걸음이자 마지막 보루다.
민간의 기부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기부가 생활화되도록 하자면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 아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기부액에 대한 세금 공제가 쉽고 폭넓게 이뤄지도록 해주는 게 필수적이다.
기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기빙 엑스포 2003(Giving Expo 2003)'이 10∼12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다고 한다. 모쪼록 많은 관심이 모아졌으면 싶거니와 이런 행사가 소용없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다린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