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NO" LG "YES" .. 델 컴퓨터, LCD TV 공급요청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TV시장에 신규 진출한 미국 델 컴퓨터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LCD TV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삼성과 LG가 상반된 결정을 내려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델의 제안을 거절한 반면 LG전자는 원칙적으로 납품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삼성전자는 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9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LCD TV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공급이 달리는 상태여서 델에 납품할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삼성전자가 델의 요청을 거부한 것은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TV 사업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은 향후 디지털TV를 반도체와 휴대폰에 이은 간판 제품으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고가브랜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델의 제안에 응할 경우 당초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판단이다.
OEM 납품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는데다 델이 온라인과 전화를 통해 TV를 판매하면 가격을 대폭 내릴 게 뻔하고 이 경우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델과 연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협력관계를 감안할 때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TV는 지금까지 OEM 납품을 한번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런 방침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컴퓨터와 달리 온라인을 통해 TV를 구매하는 비중이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기술력도 5∼10년 앞서있는 만큼 델이 진출해도 당장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달리 LG전자는 델에 LCD TV를 공급키로 결정하고 조만간 공급시기 물량 가격 등 세부적인 사항을 협의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자사가 아니더라도 대만업체들이 대신 공급을 할 것이 분명하고 LCD TV 세트 생산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그동안 소니 등에도 TV를 OEM방식으로 납품해왔다"며 "LCD TV는 기존 모니터에 튜너만 붙이면 되기 때문에 세트 제작 경쟁력은 큰 격차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그러나 이번 결정과 관계없이 디지털TV 부문을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고가 브랜드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델에 납품하는 제품은 LG의 브랜드로 생산되는 제품과 차별화하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길을 가기로 한 반면 LG전자는 델과의 협력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두 회사의 상반된 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