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35개월 만의 최저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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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환율이 35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천1백50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가뜩이나 불황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수출마저 큰 타격을 받는다면 도대체 나라경제가 어찌 될는지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미국이 자국경제의 침체원인을 동아시아국가들의 '환율조작'으로 돌리면서 엔화가 달러당 1백10엔선 밑으로 하락하는 등 동아시아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상승세로 줄달음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G7 재무장관회담 이후 40억달러 가량(추산)을 매입한 것을 비롯 각국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지키기에 안간 힘을 다하고 있지만 대세를 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번의 환율 하락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원화가치는 지난 2001년 이후 15%가량이나 오른데다 최근엔 경제도 침체돼 절상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위안화를 주 타깃으로 절상 압력을 넣고 있지만 한국이 엉뚱한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다.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위안화는 중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절상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환율 하락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메릴린치 고위관계자는 "원화환율이 앞으로 10%는 더 내려가 내년엔 달러당 1천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게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원화절상이 피하기 힘든 추세라면 기업들로서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대비해 나가는 외에는 달리 선택의 방법이 없다.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폭발적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휴대폰의 사례가 보여주듯 역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거래통화 비중 조정, 수출선 다변화 등 다른 대책들도 다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지만 원고(高)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체질이 갖춰졌는지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원화강세에 대한 대응을 게을리했던 탓에 외환위기를 겪었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환율수준이 아직은 견딜만 할 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세우고 이를 적극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일부 대기업이 달러당 1천원대 시대의 준비에 착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