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남부동산 편집증 유감 .. 孫在英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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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몸부림이 자못 처절하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제도영역에서 강남 아파트 값을 겨냥한 대책들이 거의 매주 쏟아져 나온지가 반년이 넘어간다.
이런 대책의 홍수 속에는 아쉽게도 과거 30년의 교훈을 녹여낸 정책목표 설정이나 정책수단 선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투기보다는 실수요에 의해 가격상승이 주도된다는 점이다.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주식 골동품 그림 주택 토지 등 가리지 않고 투자했던 80년대 말의 사정과는 다르다.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오를 뿐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은 안정되어 있다.
둘째로,이처럼 실수요에 의해 가격상승이 주도되고,그 범위가 지역적으로 한정된 것을 보면 지금의 문제는 사실은 주택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주택문제의 탈을 쓴 교육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이노베이션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교육 체제가 신뢰를 잃었고,이를 대신하는 사교육 시스템 쪽으로 시민들이 발로 투표한 결과가 강남 선호현상이다.
학원비 부담은 물론 비싼 집값을 내고라도 내 자녀를 위해 교육소비자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결정이다.
셋째로,서민 주거안정 측면에서나 거시 경제운용 측면에서나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또 잠재적인 가격폭락은 정책적으로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80년대 말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전국적 무차별적으로 진행되어 집 없는 서민들로 하여금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한편 노사분규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전문가들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금융기관 대출채권의 부실화를 통해 경제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언급하지만 부동산 가격 대비 대출금 비율이 50%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염려할 것이 없다.
이러한 관찰로부터 정부의 대응을 평가하면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되었다.
투기보다는 실수요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마당에 투기억제 수단들을 동원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욱이 특정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문제를 전국에 걸쳐 장기적으로 시행될 조세로써 대처하는 것은 난센스다.
투기억제를 위한 세제개편은 제도의 단순화를 통한 실효성 제고라는 대원칙에서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물며 소수의 부동산 과다보유자들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대중을 속이면서 희생양을 찾는 발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설사 투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30여년에 걸쳐 재탕,삼탕해 왔던 투기억제 시책들이 별무효과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부 대책들은 주택공급을 억제하여 가격상승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현실 정치의 논리상 꼭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현상이 국민들의 배를 고프게 하지는 않지만,배를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두 가지 정책처방이 가능하다.
첫째로,강남 인근의 그린벨트 및 유보 토지를 대규모 택지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 30여년의 부동산 정책으로부터 단 한가지 교훈을 얻는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원리가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택지만 공급되면 집은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강남 주택을 대신할 수 있는 주택이 인근에서 대량 건설된다면,강남 집값은 안정된다.
둘째로,화성 신도시처럼 주변 지역에 일자리가 충분히 있는 곳에 현 교육시스템의 질곡에서 벗어난 대안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즉,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정도가 아니라 외국 유명 고등학교,대학,대학원,사설학원의 분교·분원을 다수 유치하면 현재 공교육 시스템에 신물나 있는 교육소비자들이 다수 이주할 것이 확실하다.
강력한 외부적 충격은 내부 이노베이션 잠재력을 잃은 기존 교육 시스템을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가질지도 모른다.
정부는 강남 주택가격 동향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국정의 많은 영역에서 작은 일에 목숨거는 편집증이 동시다발적으로 관찰되지만,강남 편집증 때문에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들을 하겠다고 달려들어서 결국은 토지공개념 제도의 실패를 재연할까 우려된다.
jyson@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