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9일 공격적인 선물 매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그같은 행보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0월물 옵션 만기일인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1만4천5백21계약의 선물을 순매수했다. 선물시장 개장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의 선물매수는 이날 장중한때 1만7천계약을 넘기도 했다. 이들의 대규모 선물 매입은 선물과 KOSPI200의 가격차이(베이시스)를 좁히면서 2천4백78억원규모의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시켰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이에 힘입어 1.85%(13.40포인트)나 상승했다. '매도 헤지 환매설'부터 '음모론'까지 이날 외국인이 대규모 선물 매수에 나선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시장 일각에선 여러가지 추측만 난무했다. 외국인이 지난 5월말 이후 현물시장에서 10조원 이상의 주식을 산 것과 연관시킨 시각도 나왔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22일 4.5% 가량의 주가 폭락으로 20일 이동평균선이 급격히 무너지자 외국인은 보유중이던 주식의 평가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선물매도 포지션을 취했지만 이날 지수가 20일 이평선을 회복함에 따라 이를 되사들인 물량이 상당수에 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물 미결제약정이 3천7백계약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다소 미진한 측면이 있다. 미결제약정은 장마감 전까지 1만계약을 넘기도 했다. 이는 기존 매도포지션의 청산(환매수) 말고도 신규 선물 매수가 유입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외국인이 먼저 알게 된 '대형호재'가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중 하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가능성.미국계 평가사인 S&P는 최근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 '음모론'도 나왔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을 대규모로 매수해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시킴으로써 △주식을 비교적 고가에 팔 기회를 잡거나 △미리 설정해 놓은 옵션 포지션의 이익을 확대하거나 손실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홍콩에서 'Trout(송어)'라는 계좌명을 쓰며 국내에서 대규모 선물 투기를 일삼은 '홍콩물고기'가 들어온게 아니냐는 설까지 나돌았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가 반등의 전조인가 이번 선물매수는 9월 하순 이후 벌어진 증시의 가격조정이 마무리되고 향후 주가가 반등을 하게 되는 '전주곡'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을 많이 산 다음 지수가 동반 상승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거래소시장에서 1조1천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뒤 이날 선물시장에서도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며 "이들의 선물 대규모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강세장 진입의 뚜렷한 신호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7∼8월 매수차익잔고가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서도 외국인은 대규모 선물 매수를 통해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시킨 적이 있다"며 "외국인은 주가변동성이 큰 옵션만기일을 맞아 단기적 관점에서 대규모 선물 매수에 나선 것이지 새로운 상승 추세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