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대기업이 코스닥 기업을 납품업체로 선정한 뒤 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해당 기업들에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이들 대기업과의 공급계약 체결 소식이 큰 호재가 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등이 발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한 정보 흐름을 막는 것은 물론 소수의 관계자들이 정보를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파워넷은 10일 공시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LCD모니터용 전원공급장치 신규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해 신규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워넷이 삼성전자 공급업체로 선정된 시점은 거의 두 달 전인 지난 8월19일이어서 이날 공시가 '늑장 공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파워넷은 당초 이 같은 사실을 공시할 계획이 없었으나 코스닥증권시장에서 "파워넷이 삼성전자 납품업체로 선정됐다"는 루머가 도는데 대해 조회공시를 요청, 파워넷이 답변을 통해 공급업체 선정 사실을 밝히면서 비로소 공개됐다. 일반투자자들로선 호재성 재료를 50일이 지나서야 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 파워넷 주가는 삼성전자 납품업체로 선정된 지난 8월19일을 전후해 25% 이상 뛰었으며 이후에도 50% 이상 추가 상승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코스닥시장이 횡보국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납품업체 선정 사실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새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워넷은 이날 "현재 구체적인 공급물량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늑장 공시'를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정공시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투자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워넷에 공급업체 선정 사실 공표 자체를 막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필립스LCD가 공급계약 자체나 공급 협의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은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장비 업체인 A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공급계약을 맺더라도 공개 여부는 삼성전자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이를 어겼을 경우 향후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전자 구매팀 관계자도 "마진율 같은 영업상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공시나 언론공개 등에 대해선 '협의'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LG필립스LCD에 LCD 장비를 납품한 S사 관계자는 "LG측이 공시나 보도자료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자사의 영업비밀 때문에 중요 사실 자체의 공개를 막는 것은 횡포인 만큼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