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10일 반도체 특별전략회의에서 플래시메모리를 '차세대 수종(樹鍾) 사업'으로 선정했다. 플래시메모리를 '향후 5∼10년 뒤 삼성을 먹여살릴 사업'으로 삼아 집중 육성하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반도체 부문 사장단에 "D램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서도 반드시 세계 1위를 달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일구자"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플래시메모리 사업전략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을 30% 이상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 왜 플래시메모리인가 플래시메모리는 '비휘발성 메모리'. 전원 공급이 끊기면 기록된 정보가 사라지는 D램이나 S램과 달리 장기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다. 때문에 휴대폰이나 각종 디지털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현재 1백억달러 규모의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2년 뒤에는 1백45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플래시메모리는 경기에 민감한 D램의 약점을 보완해 고수익 창출과 함께 수익구조 다원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D램 부문에서 지난 99년 4기가 비트 생산기술을 개발했지만 현재 시장에 통용되고 있는 제품은 5백12메가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9월 개발된 2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이미 양산에 들어갔을 정도로 개발에서 양산에 들어가는 기간이 짧아 생산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 9월 발표한 70나노급 낸드 플래시를 발판으로 플래시메모리 카드와 스토리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플래시메모리 분야의 경쟁업체들도 인텔 도시바 등에 불과해 D램과 같은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피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 이 회장의 또다른 승부수 이 회장은 플래시메모리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20년 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 무모한 짓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으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것뿐이라는 생각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회고했다. 사실 외롭지만 선도적인 이 회장의 판단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삼성전자도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세계 정상권으로 진입한 플래시메모리 사업 역시 이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황창규 메모리 반도체사업 부문 사장은 "지난 2001년 플래시메모리 분야를 주도하던 일본 기업이 합작을 제안해 왔을 때 이 회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시장상황을 분석한 뒤 독자 추진키로 결정을 했다"며 "그 때의 선견과 결단력이 없었더라면 플래시메모리 사업은 일본의 그늘에 가려 몇 년은 후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의를 마치면서 "플래시메모리 시장은 소수의 세계 최정상급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각축을 펼치고 있다"며 "따라서 이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공인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