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업계가 10일 정부에 건의한 증시 활성화 방안은 최근 '외화내빈(外華內貧)'양상을 띠고 있는 증시를 되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호수 증권업협회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외국인 매수로 종합주가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고객예탁금과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밝힌 대목에서도 증권·투신업계의 위기감을 감지할 수 있다. 때마침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이 잇따라 추진되자 부동산 투기자금을 생산적인 기업자금으로 돌릴 수 있는 증시쪽으로 유도하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자리가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에 건의한 방안이 신규 자금을 증시로 대거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건의안 대부분이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제기했던 내용들로 신선도가 떨어진다. 사실 장기증권저축 상설화,증권거래세율 인하,배당소득 비과세 대상 확대,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등은 업계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에 요구해왔던 방안들이다.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내용도 많지 않다. 장기투자자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감면하고 배당소득 비과대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은 정부 세제 정책과 관련이 있다. 당장 시행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으로 기대되는 것은 비과세 장기증권저축 상품의 상설화와 주택청약권이 주어지는 증권상품 등이 꼽히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비과세 장기증권저축을 상설화하는 경우도 타 금융권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에 만들어진 장기증권저축은 종합주가지수가 500∼600대에서 판매됐지만 지금은 지수가 700대 중반에 올라와 있어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런 대책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론 노사문제 등 장외 리스크 요인을 해소하고 내수시장을 회복시키는 방안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세제를 통해 거액 자산가를 증시로 유인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주식이 경쟁력있는 저축수단이라는 인식 전환용 홍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