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城) 안에 호수가 있고 호수 안에 성(城)이 있는 독특한 풍경의 료성(聊城)시. 4년 전부터 중국 서부개발의 한 축으로 개발 중인 료성시는 동창호(東昌湖)에 떠 있는 수상도시 '동양의 베니스'라고 할 수 있겠다. 성(城)전체에 수 많은 역사와 시(詩)가 흐르고,연꽃 향기 가득한 안개 낀 호수 위를 갈매기들이 노니는 천상의 호수정원을 연상케 한다. 중국 산둥성 지난(濟南)국제공항에서 료성행 고속버스를 타고 1시간30분 가량을 달리다보면 항조우의 서호(西湖)보다 더 큰 동창호(東昌湖)를 만난다. 가을을 맞은 중국 중원의 산둥성은 중국 3대 발명품 중 하나인 종이의 재료인 백양목이 숲을 이루고,옥수수 밭으로 가득 차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산둥성 차량들은 공자의 유교 문화를 탄생시켰던 옛 노(魯)나라의 이상을 간직하고픈지 '노(魯)'자를 차량 번호판에 새겨 넣고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장장 1천8백여km로 연결된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가 2천5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산둥성의 옛 료성을 에워싸 동창호를 만들고 성 구석구석을 지나 '성중유호 호중유성(城中有湖 湖中有城)'을 만들며 중국 최고의 수성(水城)을 이루고 있다. 중국 건국기념일을 맞아 10월 문화절 축제를 벌이는 5㎢ 규모의 동창호는 용주(龍舟) 경기와 축제를 보기 위해 모여든 료성 시민들로 가득 찼다. 청(淸)나라 강희(康熙), 건륭(乾隆) 황제가 이 운하를 따라 대륙 남부순찰을 할 적에 열번이나 배를 타고 료성에 와서 광악루(光岳樓)에 올라 붓을 잡고 시를 지었다고 한다. 료성시 한가운데 자리 잡은 높이 33m의 광악루는 6백2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중국 중화문화를 지켜온 건물 중 기둥이 가장 길고 오래된 목재로 만든 누각 중 하나. 배를 타고 주위를 돌면 청나라 때 상인들이 만든 샨사안회관에서 당시 상인들 장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빌던 금빛 찬란한 관우 장군상을 볼 수 있다. 료성시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고당현(高唐懸) 역시 예술의 고장. 중국 현대화의 대가인 손대석(孫大石)미술관,중국 민족구성을 의미하는 56마리의 용과 만리장성을 새겨놓은 10t 규모의 통석 벼루(天下第一硯)가 눈길을 끈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제진의 집이 있는 어구호(魚丘湖)는 동창호 못지않은 아름다운 호수의 모습으로 서화(書畵)예술의 고향이며 신·구 조화를 이룬 고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료성시에서 남쪽으로 40분 정도 달리면 '수호지'의 주무대인 양곡현(陽谷懸). 공자의 거처보다 높지 않게 3층 낮은 건물이 대부분인 시내로 들어서면 커다란 누각 사자루(獅子樓)를 볼 수 있다. 무송이 서문경과 놀아난 요부 반금련을 죽이고 착한 형을 위해 복수하는 장면 등을 나무판에 새겨 병풍처럼 세워 놓아 마치 '수호지'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거나하게 취해 작은 대나무와 반달모양의 금속 조각으로 박자를 맞춰 가며 산을 넘던 무송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던 모습을 한 할머니가 경극처럼 풀어내는 산둥콰이수(山東快書)도 짧은 여행길에 재미를 더해준다. < 여행수첩 > 료성(聊城)시는 하남성,하북성,산둥성 세성의 접경에 위치해 있다. 인구는 5백70만명. 시 면적의 3분의1이 호수와 강으로 되어 있다. 장강 북쪽의 도시 중 물이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 트랙터 생산량이 50%를 차지하는 시풍그룹(時風集團),중국 최대의 펄프공장인 천림그룹(泉林集團)등이 있는 고당현은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 규모의 공업개발구를 만들어 놓고 있다. 베이징과 홍콩 등에까지 연결되는 철도가 가로지르고,인터넷통신망까지 깔려 있는 등 기반시설이 좋다. 한국의 화교들이 이곳 산둥성 출신이라 그런지 음식은 그리 낯설지 않는다. 단백한 맛의 당나귀 고기와 초두부가 고량주와 어울린다. 대한항공이 매주 월.금 주 2회 지난행 직항편을 운항중이다. 지난에서 료성까지 버스로 1시간30분 걸린다. 이수항공여행 (02)583-3883 료성시(중국 산둥성)=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