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트레킹] '100% 자연'을 마신다…청정 파노라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질랜드는 맑고 깨끗한 자연이 자랑이다.
'1백% 순수'라는 관광홍보 문구가 그 청정 자연미를 함축한다.
크게 부대끼지 않고 바쁠 것도 없어 보이는 전원풍경 역시 일상에 찌든 도시민의 마음을 뒤흔든다.
최근 서점가에 열병처럼 번졌던 '느림의 미학'의 진앙인 듯한 이미지로 떠오른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남섬 여행의 중핵, 퀸스타운이 그런 이미지에 부합되는 도시중 하나다.
포플러를 비롯해 길가에 촘촘한 가로수, 빙둘러선 푸른 산줄기, 거울처럼 비치는 와카티푸호에서 즐기는 19세기 초 그대로의 증기선 유람….
초저녁 낮은 굴뚝 위로 밥짓는 연기가 가만히 피어오르는 옛 한국의 어느 초가마을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테 아나우도 그에 못지 않다.
테 아나우는 퀸스타운의 아래 쪽, 북섬의 타우포 호수에 이어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테 아나우 호숫가에 있는 작은 도시.
은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한 깊은 밤하늘의 미리내, 호수 서쪽 테 아나우 동굴안 반딧불이의 신비스러운 불빛이 뉴질랜드만의 자연을 말해주는 곳이다.
테 아나우의 자랑거리는 한 가지 더 있다.
밀포드트랙, 루트번트랙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트레킹 코스의 출발점이란 사실이다.
밀포드트랙이 트레킹 코스 중 으뜸이다.
테 아나우에서 출발, 글레이드하우스∼폼폴로나 로지∼퀸틴 로지∼마이터 피크 로지에 머무르며, 5일가량 매일 5∼6시간씩 산행해 해안도시인 밀포드 사운드로 넘어가는 코스다.
청정 자연을 눈으로 가슴으로 들이켜며, 느릿느릿 자신을 되돌아 보는 순간순간이 새로운 코스다.
밀포드트랙을 따르는 트레킹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테 아나우 호수 북쪽의 산장, 글레이드하우스를 제1 전진기지로 삼는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클린턴 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위에 서면, 봉사가 개안한 듯 탄성이 터진다.
다리 밑 진록의 클린턴 강줄기, 멀리 흐르는 퀸스타운의 산줄기가 자연의 파노라마를 펼쳐 놓는다.
히레레 폭포를 지나 클린턴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 투성이.
가도 가도 위로 솟구쳐 이어진 길이, 한 구비 넘으면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닮았다.
클린턴 계곡이 시작되는 민타로 호수 너머의 길도 험난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길이 험할수록 걷는 맛이 진한 법.
문득 마주칠지도 모를 앞길의 그 무엇이 길을 재촉하는 엔진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맥키논패스를 지나 정상에 서면 빠르지는 않아도 걷기를 멈추지 않았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바로 한 눈 가득 담기는 퀸스타운의 정경을 마주하게 된다.
멀고 좁은 산길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위안이 된다.
몸은 고되지만, 서로를 위해주는 말 한마디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로운 음색의 새소리도 걸음걸음을 도와준다.
맥케이 폭포와 자이언트 게이트 폭포를 지나 닿는 샌드플라이 포인트도 절경이다.
행여 그 멋진 경관에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마오리족의 여신이 흡혈성 파리인 샌드플라이를 풀어놓았다는 협곡이 장관이다.
마지막 쉼터인 마이터 피크 산장에서의 저녁시간.
깨끗하게 비워진 마음 속, 무엇을 더 채울 욕심이 생길수 있을까.
그리고 밀포드 사운드에서의 크루즈. 피요르드 지형의 멋진 풍광이 오랜 산행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
< 여행수첩 >
뉴질랜드는 호주 남동부에서 2천km 떨어진 남태평양상에 위치한 섬나라다.
쿡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북섬과 남섬 두 개의 큰섬 및 부속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럽인으로 첫발을 디딘 네덜란드 탐험가 아벨 테스만이 '새로운 네덜란드'라 이름붙였다.
당시의 네덜란드는 '질랜드'로 불렸다.
원주민 마오리족은 '긴 흰구름의 나라'란 뜻인 '아오테아로아'로 부른다.
남한 면적의 2.7배로, 인구는 3백90만명.
유럽계 백인이 75%, 마오리족이 15%를 차지한다.
수도는 북섬의 웰링턴.
매년 10월 첫째 일요일부터 이듬해 3월 셋째주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제를 실시, 요즘은 한국보다 4시간 빠르다.
통화단위는 뉴질랜드달러.
1뉴질랜드달러에 7백2원 안팎.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다.
녹용 꿀 양모제품 및 와인이 여행자들의 주쇼핑 품목.
대도시마다 한식당이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오클랜드 직항편(주 5회) 및 피지 경유편(주 2회)을 운항하고 있다.
오후 늦게 출발, 다음날 오전에 도착한다.
직항편 비행시간은 11시간 안팎.
12월부터 크라이스트 처치로 주 3회 운항, 남섬 여행이 더 편리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7일부터 오클랜드 직항편(주 4회)을 띄운다.
오클랜드에서 퀸스타운(1시간50분),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퀸스타운까지(50분) 국내선 뉴질랜드항공이 다닌다.
퀸스타운에서 밀포드사운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도시 테 아나우가 밀포드트랙, 루트번트랙 등 유명 트레킹코스의 출발점.
트레킹은 11월부터 3월까지가 성수기다.
뉴질랜드 전문 현지 여행사인 뉴질랜드투어(02-723-3494)가 이 곳의 트레킹을 안내한다.
지리산을 종주할 때 산장과 대피소에서 잠을 자며 산행을 하듯 순수 트레킹(매일 5~6시간)에만 5일 걸리는 '밀포드 트랙 5일' 상품의 경우 총 여행일정을 9일 정도로 잡는다.
항공료 등을 포함, 1인당 2백90만원 정도 든다.
최소 2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현지에서 각 나라 여행자들과 10명 안팎으로 한 팀을 짜 가이드 트레킹에 나선다.
일반 관광객을 위한 맛보기 격인 하루짜리 트레킹(밀포드트랙의 경우 어른 기준 1백25뉴질랜드달러) 상품도 이용할수 있다.
뉴질랜드관광청 (02)777-9282, www.newzealand.com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