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얼마 전 국내 흥행영화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산업연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영화중 최대 흥행작인 '살인의 추억'의 산업생산 유발액은 6백88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3백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가가치로 보면 승용차(EF쏘나타 기준) 2천7백98대를 생산해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영화산업을 육성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산업연관표는 산업간의 상호의존관계를 나타내는 국민경제의 해부도 혹은 엑스레이 사진과도 같다.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및 배분과 관련된 모든 거래내역을 일정한 원칙과 형식에 따라 기록한 행렬(matrix) 형식의 종합적인 통계표다. 세로(열)를 보면 각 산업이 원재료 연료 등 중간재를 얼마나 투입하며 부가가치라고 할 노동 자본 등 본원적 생산요소는 또 얼마나 구입하는지 한마디로 '투입구조'를 알 수 있다. 또 가로(행)를 보면 각 산업의 생산물이 어떻게 판매되는지, 예컨대 다른 산업의 중간수요 목적으로는 얼마가 판매되고 소비재 자본재 수출 등 최종수요 목적으로는 또 얼마나 판매되는지 그 '배분구조'를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연관표를 작성하면 어떤 산업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산업으로부터 구입하는 중간재 투입액을 통해 이른바 '투입계수'라는 것을 계산해낼 수 있다. 이것은 산업연관분석의 가장 기본으로 산업별 생산기술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투입계수를 활용하면 소비 투자 수출과 같은 최종수요가 1단위 증가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1대가 수출되면 우선 자동차 1대의 생산이 발생하고, 다음으로 이 자동차 생산에 투입되는 엔진과 타이어 등 부품 생산이 발생한다. 그리고 엔진을 생산하려면 철강제품 전기 등의 생산이 필요하게 되는 등 수많은 중간재 생산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산업연관표를 통해 자동차 1대의 수출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그런 생산활동으로 창출된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계산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산업의 최종수요 1단위가 증가할 때 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중간재의 수입액은 얼마나 되는지, 또 소비 투자 수출 등 최종수요 목적별로 수입유발은 얼마인지 등 수입유발효과도 알 수 있다. 그외 특정 산업의 최종수요가 1단위 증가할 때 전(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후방연관효과), 또 전 산업별로 최종수요가 각각 1단위 증가할 때 특정 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전방연관효과)도 알 수 있다. 산업연관표를 통한 산업연관분석은 그동안 가격변화에 따른 투입구조 변화나 기술진보 반영문제 등을 꾸준히 보완하면서 이제는 경제분석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의 하나로 정착됐다. 산업연관분석의 시초를 제공한 레온티예프(W Leontief)는 197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산업연관표는 매 5년을 기준년으로 한 전면적 조사(실측표)와 중간에 실시하는 보완적 조사(연장표)가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0년 산업연관표는 실측표로 지난 95년 이후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상품별 상대가격체계의 변화, 정보화 진전 등 경제구조의 전반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경제의 서비스화 및 정보화 진전이다. 서비스업은 국내 총산출액 측면에서도 그렇고 중간투입재로서 서비스의 비중도 높아졌다. 정보통신산업이 총산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3%로 일본의 약 1.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산업구조가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서비스업의 비중 상승에 걸맞게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연결고리가 확대돼 제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도 그렇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보통신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생산 고용 등의 유발효과 측면에서 중간재의 수입의존도 상승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한다고 해서 그 역할을 잘못 이해해서도 안될 일이다. 제조업은 생산유발효과 측면에서 서비스업보다 훨씬 크다. 전ㆍ후방연관효과도 높다. 앞에서 영화와 자동차를 비교하기도 했지만 자동차는 부가가치 측면에서만 따질 게 아니란 얘기다. <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