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시중의 화두는 '재신임 정국의 종착역은 어디인가'였다.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촉발된 '불확실성 정국'이 각료와 청와대 비서진의 사의 표명과 대통령의 반려 등으로 이어지자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했다. 심지어 노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대통령 잘못 뽑은 것 아니냐"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불안해하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첫째 국론분열의 심화다. 지금까지도 각 계층과 보수·진보세력,지역별로 갈려 사안마다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재신임 발언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한 경제단체는 오죽했으면 "재신임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겠는가. 재신임의 목적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순수한 것'이라 하더라도 결과가 혼란과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 것이다. 둘째 정치권은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어느 한쪽은 이번을 정권교체의 기회로,다른 한쪽은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재신임 발언이 워낙 메가톤급이어서 정치권이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은 주판알을 열심히 튕기고 있다. 국민들은 당분간 기존 싸움보다 한층 더한 정쟁을 봐야 할 판이다. 셋째 '평시'에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청와대와 내각이 얼마나 기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12일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가졌으나 국민들 눈에는 "일이 터졌으니 한번 모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넷째 대외신인도의 하락 가능성이다. 그동안에도 외국 신용평가기관은 한국의 정치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해 왔다. 해외 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의 정국이 혼란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런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자체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를 염려하는 기업인이나 경제단체와는 달리 정치권 어느 쪽도 재신임 발언이 취소되길 바라지 않는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속셈을 채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본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솔직히 정치권의 움직임에 별 관심이 없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을 때처럼 난리를 치고 있지만,국민들은 정치권의 그런 모습에 염증을 느낀지 오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권과는 천양지차다. 직장이 안정되고,봉급 많이 받고,장사 잘되고,만든 물건 잘 팔리고,좋은 환경 속에서 신나게 기업경영하고,이런 것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자신의 호주머니가 두툼해지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다. '경제활성화'라는 거창한 구호도 듣고 싶지 않다. 너나 없이 안정되고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희망하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는 '속터지는 사회갈등과 결론 없는 논쟁'을 보고 싶지 않다. 국민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재신임 정국'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내각의 경제팀은 경제 챙기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상황에선 평소와 같이 챙겨선 씨알이 안먹힌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내각이 총체적으로 나서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개선할 점이 있으면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 재신임 정국이 하루빨리 안정되고 제대로 된 재신임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선 경제가 흔들려선 안된다.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