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불황일수록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비빌 언덕'을 마련하는 창업의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나 주변인들의 사업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지 둘러보라는 얘기다. 언뜻 사양업종 같고 실패를 반복할 것 같더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한번 더 확인해 보도록 하자. 물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리모델링하는게 바람직하다. 부모가 창업한 경우 가업(家業)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보면 된다. 대단한 가업을 물려받지 않은 이상 업그레이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버지의 가전유통사업을 온라인에서 번창시킨 신대현씨와 어머니가 창업한 음식점을 퓨전 주점으로 전환한 주경섭씨는 '가업 업그레이드'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 사이버장터 옥션에서 전동칫솔 전문상인으로 유명한 신대현씨(28). 그에겐 명함이 두개 있다. '바우통산' 과장과 '아이스톤' 대표가 바로 그것. 공무원 연금매장을 통해 소형가전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신영달씨) 회사에서 정식 직책은 과장이다. 동시에 이 품목의 온라인 판매를 담당하는 아이스톤이란 업체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할인점 홈쇼핑 등에 밀려나고 있는 아버지의 연금매장 사업을 온라인을 통해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아버지가 보증을 섰던 삼촌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아버지가 빚을 떠안게 됐고 연금매장 사업은 갈수록 위축돼 금융비용을 대기도 어려웠기 때문. 신씨는 "아버지 사업까지 망할 경우 샐러리맨인 내 봉급으로 가정을 이끌어 가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며 "어차피 매를 맞을 거라면 빨리 맞는게 낫겠다 싶어 아버지 밑으로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백방으로 뛰면서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일까, 결핵이란 병마가 찾아왔다. 영업은 물론 손수 박스를 짜고 물건을 날라야 하는 그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약이 독해서 사람이 퍼지더라구요. 처음 한 두달은 꼬박 집에서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온라인 판매였다. 집에서 치료를 하면서 컴퓨터와 씨름, 온라인 판로를 뚫기 시작했다. "누구나 쉽게 판매자가 될 수 있는 데다 제한 없는 가격인하 경쟁 때문에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덤핑이나 무자료 거래를 하는 판매업자들과 경쟁했다간 세금 납부 후 역마진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뢰를 얻는 쪽으로 승부를 걸었고 원칙을 꿋꿋하게 지켜나갔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온라인 사업자가 믿을 만한 지를 꼼꼼히 살피는 편이다. 판매자의 거래횟수, 매출규모, 고객만족도, 고객 코멘트 등 확인해볼 지표가 적지 않다. 처음부터 '신뢰'를 강조한 신씨의 전략은 시장을 선점하는 원동력이 됐다. 신씨는 지난 8월 한달간 총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8월의 경우 롯데닷컴 쪽으로 특판물량이 들어와 매출이 보통 때보다 높게 나왔다"면서 "순이익률은 5% 정도여서 이 정도 매출은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아직 몇년 더 노력해야 빚을 다 갚을 수 있지만 건강이 회복됐고 온라인사업으로 업그레이드한게 성공적이어서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현재 소형가전 비중을 줄이고 있다. 아버지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난 5월부터 건강식품과 다이어트용품으로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수익성 있는 종합 쇼핑몰을 만들어 사업하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