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오 롯데와 신세계 본점에서 가까운 한국은행 앞 사거리. 백화점 가을 세일 마지막날이란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한산하다. 남산3호터널 서울시청 을지로입구역 일대가 주차장으로 변하곤 했던 예년 세일 때완 딴판이다. 백화점 내부도 마찬가지. 지하 식품매장과 1층 잡화.화장품매장,이월상품.기획상품 코너만 북적일 뿐 평소와 다를 바 없다. 상인들의 얼굴에선 웃음을 찾아보기 어렵다. ◆백화점.할인점,"백약이 무효" 백화점 관계자들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째 매출이 감소한 데 이어 이번 세일에서도 실적이 부진하자 놀라고 있다. "백약이 무효"라느니 "올해 장사는 물 건너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12일 끝난 가을 세일에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의 매출은 기존 점포 기준으로 작년 가을 세일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이번 세일에서는 정장은 물론 비교적 실적이 양호했던 캐주얼 부문까지 매출이 줄었다. 가을부터 매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 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A백화점 관계자는 "사은행사 경품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쳐도 매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는 할인점도 마찬가지. 기존 점포만 놓고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10% 이상 감소한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B할인점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된 데다 부동산값 폭등과 같은 심리적 악재까지 겹치는 바람에 할인점 실적마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양판점,장기불황 조짐 전자양판점과 패션몰에서는 장기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추석 이후 경기가 풀릴 것이라던 연초의 예상이 어긋나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전자양판점들은 소비자들이 전자제품 구매를 계속 미루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전자양판점의 평당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0∼30% 감소했다. 새 점포 매출을 더한 총매출 역시 소폭의 마이너스가 예상된다. 연초부터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리고 매장을 확장했는 데도 연말까지 매출을 플러스로 바꿔놓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에 2백50여개 점포를 두고 있는 하이마트의 경우 연초에 2조원으로 잡았던 올해 매출 목표를 최근 지난해 수준인 1조8천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전자랜드21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했다. 패션몰들은 존립 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2001년 말 1백98개였던 패션몰이 최근 2년새 60개나 사라졌다. 영업을 하고 있지만 빈 점포가 많아 상가로서 기능을 못하는 곳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홈쇼핑.인터넷몰 고성장세 꺾여 온라인 유통 채널의 초고속 성장세도 꺾였다. TV홈쇼핑·인터넷쇼핑 카탈로그 등 온라인 유통시장은 98년 1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세는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올해 홈쇼핑은 10%,인터넷쇼핑은 30%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두 부문은 98년 이후 지난해까지 각각 연평균 70%,2백%씩 급성장했다. 카탈로그 시장은 올해 13% 역신장할 전망이다. TV홈쇼핑 업계는 추석 대목에 꿈틀거리던 경기가 다시 위축되자 매출목표를 낮춰 잡았다. 그런데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LG홈쇼핑은 올해 2조3천억원 돌파를 목표했지만 1조8천억원선에 머물 전망이다. CJ도 올해 2조원 돌파를 기대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1조5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몰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LG이숍의 경우 지난 2분기에 매출(취급고 기준) 1천억원선을 돌파했고 5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CJ몰 Hmall 등도 50%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나빠 수년 전부터 추구해온 '흑자 원년' 목표 시점을 대부분 늦췄다. /생활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