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哲洙 <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 노 대통령이 최도술 전비서관 문제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하여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정치와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였다. 과연 대통령의 영도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재신임을 묻는 방법에서도 처음에는 국민투표 실시가 위헌인 것처럼 말하더니 다시 국민투표 실시를 기정사실화하여 오락가락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기회에 개혁에 발목잡는 국회와 비판 언론을 국민의 힘으로 제압하려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로 보인다. 대의 민주정치를 부정하면서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려는 직접민주주의의 유혹에 사로잡힌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사사건건 국회와 대결하고 여당까지 분열시켜 대의정치를 부정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삼권분립을 중시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통치하여야 한다. 국민을 통합하여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다른 대표기관인 국회와 대결하여 시도 때도 없이 국민에게 직접 재신임을 묻고 직접호소하면 국론은 분열되고 정치는 불안정해지고 경제는 공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대통령이 원하는 것처럼 국민투표를 통하여 재신임을 얻는다고 해도 대통령직이 안정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우선 국민투표가 헌법이 규정한 국가안위에 관한 것인가,신임정족수에 합치되는가, 국민투표운동이나 국민투표자금에 대한 시비 등으로 정국은 더욱 혼란해질것이요 헌법소송으로 헌법재판소가 국정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헌법은 과거 국민투표가 남용되었던 역사적 선례를 참작하여 신임투표를 부정하고 있다. 드골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회부한 것은 헌법개정이나 헌법유지에 대한 국민투표였지 신임투표는 아니었다.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투표인 소위 플레비싯(Plebiscite)은 대통령이 안정이냐 혼란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여 정국불안정보다는 안정을 원하는 다수의 재선임을 얻기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하려고 한다면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다. 야당도 재신임을 부결하려면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켜 국민투표에서 불신임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현행헌법은 개정돼야 할 문제점이 많다. 여소야대의 경우 대통령정부와 국회다수당이 대립하면 조정할수 있는 기관이 없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원에게 부탁해 의안을 제출하게 하여 통과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대립각만 세우고 있어 통치불능상태에 빠지고 있다. 현행헌법은 대통령이 사임하는 경우 다시 대통령을 선거토록 하고 있다. 또 국회의원은 임기가 보장되어 4년마다 선거하고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도 4년마다 하고 있다. 보궐선거까지 합치면 매년 한번씩 선거를 하게 되어 막대한 선거비용때문에 정경유착과 선거부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선거 한번으로 정부 구성을 끝내면 선거비용도 절약되고 4년간은 국정이 안정될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신임이 부결되면 또 대통령선거를 해야 되고 정국혼란은 장기화될지도 모른다. 헌법에 적합하게 여야는 헌법개정안을 통한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헌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록 한다면 구속력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헌법개정안의 내용으로는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주고 국회에는 정부불신임권을 주며 국민에게는 대통령소환권과 국회의원소환권을 주는 것들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정국의 장기적 불안정을 막기 위하여 대통령재신임과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는 내년4월의 총선 2개월 전에는 완료해야 하겠다.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