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교육정책을 대수술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제부처와 학계 일각에서 교육정책의 전면적 개편 없인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대해 교육계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표 경제 부총리는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선 특수목적고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며 그 대책으로 대학입시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신 비중 확대를 주장하는 박 총재와는 반대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내신비중을 축소하는 내용의 2005학년도 입시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고교입시 부활을 들고 나왔다. 정 총장은 지난 9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사교육 문제와 강남 부동산 폭등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교 입시 부활 등을 거론했다. 그는 또 "서울대 신입생의 40% 이상이 서울 출신이고 그중 강남ㆍ북 학생 비율은 10 대 1"이라며 "대학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고교 비평준화를 통해 우수학생의 강남 집중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같은 주장의 합리성 여부를 떠나 경제부처 등 교육계 밖에서 교육개혁을 거론하는 것부터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윤덕홍 교육 부총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장관이나 국민이나 교육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는 인적자원개발회의 주무 장관으로서 교육정책 관련사항은 사전에 회의에서 보고하도록 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교육계에선 강북지역에 특수목적고를 설립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부족하고 집값 안정효과도 의문시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서울시내 14개 특목고중 11개교가 강북에 있으며 외국어고는 6개중 5개, 과학고는 2개가 모두 강북에 있을 뿐 아니라 학교용지 확보문제 등으로 학교 신설 자체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2개 과학고의 올 신입생중 강남(송파ㆍ강남ㆍ서초ㆍ강동구) 지역 거주자 비율이 각각 34%와 31%, 강북지역 D외고는 48%로 나타나 특목고가 신설될 경우 강남 학생들의 진로만 넓혀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부처의 자립형 사립고 거론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발끈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립형 사립고는 평준화 문제점 개선을 위해 도입돼 2005년까지 시범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를 거론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내신성적 상향 조정 주장에 대해서도 교육계는 '말이 안된다'며 일축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고교마다 내신성적 부풀리기가 극심해 대학들이 내신성적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집값을 잡기 위해 내신비중을 높인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강북의 한 외국어고 교무부장은 "강남 이외 다른 구나 수도권에 우수한 교육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강남의 '수능 프리미엄'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밖에 정 총장의 고교 입시부활과 평준화 폐지 주장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평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 특목고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정 총장의 주장은 서울대의 우수학생 독점 의도로 해석된다"고 비난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