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안개속 정치…꼬이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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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역사에 몰두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TV에선 사극 전성시대다.
고려 무신난이 배경인 '무인시대', 궁중요리사들 이야기 '대장금', 광해군때 후궁 김개시를 다룬 '왕의 여자', 사극 단골소재인 '장희빈' 등.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개봉 첫 주말 1백만 관객 돌파기록을 세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계백과 김유신이 걸쭉한 사투리로 맞서는 '황산벌'에다 개봉 예정작 '천년호' '낭만자객'까지 사극 홍수다.
지난 주말 세상은 정말 혼란스러웠다.
음식점에서, 예식장에서, 산행길에서, 골프장에서도 화제는 같았다.
신문사들은 일요일자 신문 발행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과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의 일괄 사표→반려→철회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극에서 가장 흔한 대사가 '황공하옵나이다'와 '통촉해주소서'이다.
주말 '정치 드라마'에서도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은 황공(몹시 두려움)하니 통촉(헤아려 살핌)해 달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정부는 국정공백이 없을 것임을 다짐하지만 이번 주는 몹시 혼란스러울 것 같다.
주말(11일) 경제장관간담회부터 시간변경→취소→연기로 갈팡질팡했다.
정부 부동산대책이 관심거리인데 이 와중에 묘안이 나올지 걱정스럽다.
국민의 이목이 온통 청와대로 쏠려, 국무회의(14일)등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현안인 이라크파병, 송두율씨 문제, 비자금 수사도 방향을 종잡기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행정의 달인'이라는 고건 총리의 역할이 주목된다.
고 총리는 15일 4당 정책위의장들과 정책협의회를 갖는다.
각료들은 남북장관급회담(14∼17일)이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개청식 및 국정과제회의, 부동산가격안정 심의위원회(이상 15일)에 나선다.
국정 일정에 차질이 없어야 국민들이 다소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주최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13∼14일, 싱가포르)에 참석하는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현지에서 각국 인사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릴 것 같다.
경제지표로는 통계청의 '9월 소비자전망'(14일)과 '9월 고용동향'(16일)이 주목되지만 우울한 숫자가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올 성장 전망 수정치(3.1%→2%대)와 내년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불황의 그늘속에 환율·유가쇼크 재연 조짐 등 경제는 악재투성이다.
어려울수록 모두가 냉정히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할 때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