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리를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과 관련, 주말인 11일과 12일 잇따라 두 차례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11일 간담회때는 장관들이 굳고 긴장한 표정이었으나 12일에는 전날에 비해 평상심을 되찾아가는 분위기였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12일 재신임 정국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카르페디엠'(삶을 즐기라는 뜻의 라틴어)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순간순간 현안에 집중하고 그 외에는 카르페디엠"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전 10시에 열려 두 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 경제ㆍ민생문제 주력, 사회갈등 현안의 조속처리와 함께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기 위한 부패척결과 공직기강확립 등이 토의의 주제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는 대국민담화문 발표를 고려했으나 국회에서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정연설(13일)과 3당 교섭단체 대표연설(14∼16일) 일정을 고려, 17일이나 18일쯤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국무위원 간담회는 정오쯤 끝났고 이어 오후 1시30분까지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가 속개됐다. 정책조정회의에서는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외국인고용허가제에 따른 불법체류자 출국대책을 논의했다. 고 총리는 "관계장관 외에도 특별한 약속이 없는 장관들은 남아서 정책조정회의의 성격을 알아보길 바란다"고 지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텔레콤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진대제 정보통신 장관을 제외한 모든 장관이 남았다. 이 때문에 당초 정오쯤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제장관간담회는 오후 1시40분께로 순연됐고 비(非)경제장관들은 정책조정회의 후 정부중앙청사 인근의 식당으로 이동, 오찬을 함께 했다. 11일 오전 7시30분 총리공관에서 소집된 1차 간담회에선 내각 일괄 사표제출을 결정했으나 이날 오전 10시15분께 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함으로써 일단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 선언을 '자기 탓'으로 돌렸지만 '내각과 비서실이 뭐했느냐'는 여론의 압박도 크기 때문에 재신임 방법과 시기가 일단락된 후에 부분적인 개각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