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재신임 정국과 관련해 정부의 국정현안 처리 속도가 오히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신임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표류를 거듭해 왔던 국정현안을 조기에 신속하게 매듭짓고 보혁간 이념 논쟁이 컸던 주제들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보수층 껴안기가 시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요일인 12일 오전 10시부터 국무회의와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 경제장관간담회,대외경제장관회의가 잇따라 열린 것도 정부의 태도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라크 파병과 위도 핵폐기장 건립, 서울~부산간 고속철도 건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 등 국론 분열을 초래한 사안들을 재신임투표 이전에 분명히 매듭짓고 송두율씨 처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도보수층을 확실하게 껴안는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공화국'에서 '속전속결'로 '합의'와 '토론'을 강조하며 주요 정책 결정을 미뤄온 노무현 정부의 스타일이 '속전속결 처리'로 바뀔 전망이다.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지는 국무위원들의 찬반 논쟁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이 재신임까지 받아야 하는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반성'에서다. 물론 재신임을 앞둔 만큼 정치적으로도 '단안'이 긴요하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국정운영이라기보다는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거나 난상토론의 '사회'를 보는 듯한 측면이 강했다.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 상영일수) 완화 △위도 핵폐기장 건립 △재독사회학자 송두율씨 처리 △새만금 간척사업 △출자총액 제한 △교육시장 개방 등 거의 모든 현안들이 결론 없이 표류하면서 국정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12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이라크 파병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긴급 소집된 것은 '더이상 토론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정부의 새로운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보수층 껴안기 시도되나 재독(在獨) 사회학자 송두율씨 처리와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신임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의 이념적 토대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원칙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라크 치안상태를 점검한 정부합동조사단의 보고서를 검토, 파병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기로 한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송두율씨 처리 문제가 지연될 경우 이념적 혼란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번주중 사법처리 등 분명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병과 송씨 문제를 조속히 처리함으로써 재신임 정국을 주도해 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경제 다독거리기 나설듯 출자총액 제한과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연장 등 재계와 갈등을 빚는 사안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행사된 적도 별로 없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을 연장하기 위해 재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재신임 정국 아래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 일각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명분과 달리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완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적 승리를 위해 경제적으로는 적지 않은 타협책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