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정상이 오는 20일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정부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한ㆍ일 FTA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러나 양국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산업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이 적극적인 반면 한국은 무역 불균형과 산업기술 격차 등을 우려, 소극적인 편이어서 협상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듯 대(對)일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한ㆍ일 FTA가 체결되면 단기적으로 대일 무역역조 심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1965년 국교수립 이후 지난달까지 대일 무역 누적 적자는 1천9백94억달러로 올해 안에 2천억달러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FTA 체결 직후 일본과의 교역에서 관세가 사라지면 연간 19억~43억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도 정부가 일본과의 FTA를 추진하는 것은 단기적인 경제 손실보다 산업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 등 부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한ㆍ일 FTA는 개방과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침체돼 있던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뒤바뀐 정부 입장 한ㆍ일 FTA 협상은 '농산품 반대, 공산품 찬성'이라는 우리 정부의 기존 통상 협상기조와는 1백80도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과의 농수산물 교역에서 돼지고기와 화훼류(꽃) 등을 중심으로 3억1천만달러의 흑자를 내는 등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기술력에서 앞서는 자동차, 전기ㆍ전자, 기계류, 부품ㆍ소재 등은 무관세화에 힘입은 일본 제품의 공세에 국내 시장이 공략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ㆍ칠레 FTA 협상에서는 '빨리 추진해야 한다'며 적극적이었던 산업자원부와 관련 기업들이 "한ㆍ일 기술격차를 해소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상협상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향후 정부간 협상에서 각 산업별로 관세철폐에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ㆍ일 FTA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양국간 경제규모 격차가 상당부분 해소돼야 하며 일본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어느 정도는 사전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