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31일 개봉 '정사'..가족해체 실상 파헤친 애로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금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파트리스 셰로 감독의 영화 '정사(Intimacy)'는 전통적인 불륜의 공식을 뒤집은 드라마다.
가정을 가진 남성을 기다리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정주부를 기다리는 한 남성에 관한 작품이다.
한국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주부의 일탈은 가족 붕괴로 연결되지만 이 영화 속 여주인공의 가정은 견고하게 유지된다.
배우자의 불륜과 탈선을 용인하지 않으면 지탱될 수 없을 만큼 피폐해진 가족제도의 실상을 예리하게 파헤친 수작이다.
남자주인공 제이 역의 마크 라일런스는 원하는 여성을 소유하고픈 이혼남의 내면을 적절히 표현했고 클레어 역의 케리 폭스는 가정을 깨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출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제이는 누추한 집에서 한 여성을 기다린다.
그녀가 도착하는 즉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섹스에 탐닉한다.
서로간에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러나 제이는 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정체를 알면서 갈등의 골도 깊어진다.
'정사'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통해 사랑과 욕망의 함수관계를 비춘다.
서로를 전혀 모를 때 두 사람은 오히려 자유롭다.
욕망의 부름에만 응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이의 욕망이 사랑으로 변할 때 그는 그녀 주위를 배회하고 결국 구속하게 된다.
상대를 자기만의 소유로 삼으려는 순간 파국으로 치닫는다.
35분 동안이나 펼쳐지는 베드 신에서 카메라는 두 사람간의 경계를 허물려는 듯 틈새를 파고든다.
두 사람이 작별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부시다.
불온한 만남을 정리하는 순간 세상은 청명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뜻을 담았다.
반면 내내 흐리거나 어두운 영화 속의 공간은 불륜에 빠진 주인공들의 우울하거나 혼미스런 감정을 드러낸다.
31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