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민을 꿈꾸는 한국사람들은 냉정해져야 합니다.미국은 지금 실업률이 최근 40년내 최고이고 북핵문제,파병반대운동 등과 관련해 '반한인 감정'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지난 92년 LA흑인 폭동때 한인 인권변호사로 맹활약한 안젤라 오 변호사(49)가 '세계한인변호사대회(10∼11일·서울지방법원)' 참석차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인종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연한 논리로 당시 LA 한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평화적 사태수습'을 역설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99년엔 '미국을 움직이는 아시아인 1백인'에 백남준(비디오아티스트),이창래씨(재미소설가)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9·11테러 이후 미국 이민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다며 한국의 이민열풍을 크게 우려했다. "미국은 9·11테러 직후 'US PATRIOT ACT'라는 법을 만들어 휘두르고 있습니다.국익에 반하는 혐의가 있으면 변호사 접견 없는 구금과 심문이 가능해졌고 계좌추적,도청도 할 수 있죠.시민권자까지 곧바로 추방할 수 있어요.의원들조차 '우리가 왜 이 법안을 통과시켰을까'라며 후회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는 FBI(미국 연방수사국)가 한국인 1.5세를 최근 대거 채용해 현지 신문과 잡지 방송은 물론 한국의 언론까지 정밀 체크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문제가 된 '원정출산'도 미국의 '차별적 시각'과 맞닿아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멕시코 캐나다인들도 똑같이 하고 있는데 굳이 한국인들만 부각시킨 이유가 뭐겠느냐"고 반문했다. 리더십 전문가이기도 한 그에게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에 대해 물어보자 대뜸 사람인(人)자를 써서 보여줬다. "강한 리더십과 비전은 균형잡힌 참모진에서 나옵니다.차가운(Cold) 인물과 따뜻한(Warm-hearted) 인물이 동시에 필요합니다.비즈니스나 전쟁에서도 이같은 전략가가 강한 통합력의 원천이죠." 그는 "사람 인자의 두가지가 서로를 받치면 제대로 설 수 있는 이치와 같다"며 "반대파 핵심인물 하나를 참모로 중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에서 인종과 법,21세기 리더십 등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강연가 저술가 교사 설교사 등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중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50여년을 살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점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아요,한 5년 전부터 친구들과 함께 'Zen(禪)'을 수련하고 있고,선사상을 미국인들에게 가르치기도 합니다." 오 변호사는 LA폭동 직후 한국에 올 기회가 있었다. 당시 대통령이 그의 활약을 보고 초청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폭동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한인들을 두고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정중히' 사절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