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수출농산물연구센터소장 > 그동안 많은 신품종을 육성하고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데 참여한 필자는 농업인의 성공을 위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상해 보게 됐다. WTO체제 이후의 국제 농업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의 품종별 '시장만들기'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연구와 개발을 통한 성과만으로는 우리나라 농업의 체질강화와 수익성을 보장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실은 바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고 앞으로도 이런 시대적 환경이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필자는 품종 마케팅 사례를 통해 농업 발전의 또바른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나는 지난 94년 포도 신품종 육성 연구에 참여,'홍단'이란 품종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품종이 소비자의 인지도가 낮아 1kg에 2천원 정도 밖에 받을 수 없어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필자는 홍단 포도의 사업 성과는 소비자와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이 품종의 장점인 아름다운 분홍 빛깔과 좋은 맛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시장을 찾아 나서게 됐다. 우선 국내 최고의 백화점을 목표로 했다. 백화점 바이어는 색깔과 맛이 분명히 우수하고,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는 포도와 확실히 차별화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같은 장점을 인정받아 이듬해 창원의 모 백화점에서 소비자가격이 1만5천원으로 정해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비싼 고급 포도로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같이 과실의 품종 특성을 살려 새로운 시장가격을 만들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농업현장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사과 배 등의 과실도 고유의 특성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품종의 장점과 특성을 소비자에게 알리고,그 품질에 걸맞은 시장가격을 만드는 마케팅 전략을 세움으로써 우리 농산물의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여갈 수 있다. 또 우리 농산물의 시장기반 구축에도 도움이 돼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비,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