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실시에 어떤 조건도 붙이지 않겠다. 여러가지 추측과 평가들이 나오고있다. 그러나 정말 무모하게, 쉽게 결론을 내린 게 아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최도술 사건에 대한 보도를 봤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당장 한국에 돌아가는데 국민을 어떻게 볼까. 국정연설이 예정돼 있는데 그 준비했던 많은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국무회의 주재하면서 옳은 소리, 바른 소리 해야 하는데 무슨 낯으로 옳은 소리 바른 소리 할 수 있을지 참으로 참담했다. 지난날 안희정, 노건평, 이기명 장수천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문제들에 관해 자랑할 일은 아니나,그 문제라면 큰 부끄러움 없이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선 내가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스스로 양심의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일로 끊임없는 논란과 보도가 이어질텐데 이 상황을 두고 어떻게 국정에 전념하고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가서 세계적 정상들을 만나 무슨 떳떳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수사 결과 사실은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밝혀질 때까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여소야대 정치를 정말 모범적으로 실현해 보고자 했는데 부덕한 탓에 성공하지 못했다. 경계 위에 서서 공격을 받는 이런 정치적 토대 위에서 대통령이 일하려면 양심에 부끄럽지 않고 떳떳해야 어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할텐데 지금으로선 자신이 없었다. 이대로는 4년을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헌법상의 국민투표 요건에 대해선) 국가안위에 대한 개념을 폭넓게 해석하면 될 것이다. 과거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중간평가 재신임을 요구한 바 있으므로, 그리고 나의 재신임 제안 이후 즉시 재신임받아야 한다고 했으므로 합의가 쉽게 이뤄지리라 본다.